인니 산불로 '가시거리 급감'…항공기 잇단 연착·결항

인니 국내선은 물론 말레이·싱가포르 여객기도 영향

인도네시아의 대규모 산불에 따른 연무로 가시거리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항공기가 잇달아 연착하거나 결항했다. 14일 인도네시아 라이온에어그룹은 전날 수마트라섬과 보르네오섬을 오가는 라이온에어와 윙스에어, 바틱에어 여객기 총 20대가 결항하고 33대가 지연 운항했다고 발표했다.

해당 지역의 가시거리는 최저 300m까지 급감했다.
라이온에어그룹은 "스모그로 인해 가시거리가 짧아 안전을 위한 표준절차에 따라 여객기 운항을 지연하거나 취소했다"고 설명했다고 일간 콤파스 등이 보도했다. 13일 발생한 가시거리 문제는 인도네시아 국내선뿐만 아니라 이웃의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항공기 운항에도 영향을 미쳤다.

말레이시아 페락주 에포(Ipoh)의 공항에서는 조호바루, 싱가포르행 에어아시아와 말린도에어, 스쿠트항공 여객기 여러 편이 결항했다.

싱가포르발 에포행 여객기도 가시거리로 인해 쿠알라룸푸르에 착륙했다. 이처럼 인도네시아의 수마트라섬과 칼리만탄(보르네오섬)에서 발생한 산불 연무가 바람을 타고 싱가포르, 말레이시아는 물론 태국 남부까지 닿으면서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인도네시아에선 열대우림과 이탄지(泥炭地)를 개간하는 과정에서 매년 산불이 발생하고, 특히 건기에 이웃 나라에 연무가 확산한다.

산불 중에는 돈을 벌 수 있는 팜나무를 심으려고 일부러 불을 지른 경우가 상당하다. 인도네시아 재난 당국은 지난달 1일 수마트라와 칼리만탄의 6개 주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산불 진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불길을 제대로 잡지 못했고 지난주부터 이웃국가의 피해가 더 심해졌다.

연무가 심각한 지역에서는 마스크를 배포하고, 때때로 휴교령을 내리고 있다.

심지어 무슬림 수천 명이 집단 기우제를 지내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보건당국은 연무로 인해 30만명 이상이 호흡기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연무 책임을 두고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서는 '외교갈등'까지 빚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산불 책임을 물어 봉쇄한 수마트라섬과 칼리만탄의 농장 운영업체 30곳 가운데 최소 4곳이 말레이시아 회사라고 발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