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광화문광장 재조성 '소통 선언'…사업방향·일정 주목

박원순 "합의 더 하겠다"…월대 복원 위해 광화문 앞 도로통제 임박
실타래가 꼬인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을 놓고 서울시가 '소통 강화'에 방점을 찍으면서 앞으로 서울시의 접근 방법과 일정 변화가 주목된다.15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애초 오는 10∼11월께 광화문 월대 복원을 위한 우회로 조성에 들어갈 방침이었다.

이 단계는 본격적인 공사는 아니고 도로 통제에 가깝다.

광화문 앞을 지나는 율곡로 통행을 일부 통제하고 차량을 우회시켜 월대 복원에 필요한 구조물 등을 설치하는 것이다.실제로 땅을 파는 공사는 세종대로사거리에서 광화문삼거리 방향의 세종대로에 인접한 광화문광장 측면 일부를 파내 도로로 만드는 작업부터 시작한다.

현재 편도 5차선 너비인 이 도로를 총 6차선으로 늘린 다음 왕복 3차선으로 만들기 위한 과정이다.

광화문삼거리에서 세종대로사거리 방향 세종대로는 재구조화할 광장에 편입되므로 반대쪽을 왕복용 도로로 만드는 것이다.이 작업은 본격적으로 세종대로를 '다이어트'하는 것이어서 재구조화 사업의 기점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시는 이 작업을 내년 4∼5월께 개시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애초 '내년 초' 정도로 알려졌으나 흙먼지가 날리고 교통 체증이 더해질 수밖에 없는 공사인 이상 4월15일로 예정된 제21대 총선 일정과 겹치는 상황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이에 앞서 이르면 내년 1월께부터는 광화문광장 사용 허가도 내주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봄이 오면 공사를 개시해야 하는 상황에서 사용 허가를 내주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앞두고 서울시는 '소통 강화'를 사실상 새로운 지침으로 천명하고 나섰다.

박 시장은 지난 7일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개회식 토크쇼에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는 서울시 혼자만의 힘으로 안 되는 부분이 있다.

합의를 위한 긴 시간을 가지기는 했으나 또 더 (합의를)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소통은 소통대로 하되 우리 일정은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던 기존 기조와 비교할 때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는 대목이다.

앞서 시는 지난 7월 행정안전부가 '사업 일정을 늦춰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자 진희선 행정2부시장이 긴급 브리핑을 열어 "시로서는 사실상 행안부 요구 대부분을 수용해 실무적 반영이 이뤄졌음에도 반대하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박한 바 있다.

표현과 수위를 놓고 볼 때 격앙된 반응이었지만, 숙고 끝에 내놓은 답변이었다.

이처럼 부시장이 공식적 브리핑으로 중앙부처와 각을 세우는 일은 시장의 재가 없이 이뤄지기 어렵다.

그러나 박 시장은 한 달여 지나 열린 토크쇼에서 "정부청사를 우회해서 길을 만드는 것 등 복합적으로 중앙정부와 약간의 갈등이 있다"고 인정하면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는 경복궁 정문인 광화문의 위상을 살리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광화문광장은 한국의 얼굴이나 다름없고 이를 재조성하는 사업은 특정 정권이나 지방정부 차원에서 자의로 추진할 만한 일이 아닌 만큼 대의를 위해 소통을 더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박 시장이 진영 행안부 장관을 따로 만나서 얘기하자는 제의를 한 뒤에도 행안부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행안부 설득에만 매몰되지 않고 시민사회를 포함한 사회 전반과 광화문광장에 대한 소통을 이어가겠다는 것이 시의 새로운 방침으로 보인다.

시는 박 시장의 발언이 있기 전부터 광화문시민위원회 포럼 개최, 광화문 역사투어 운영 등 대 시민 소통 행보를 이어왔다.

다만 지금과 같은 '소통 일정'이 추가되다 보면 당초 2021년 5월로 공표했던 완공 시기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완공 시점을 두고는 오랜 기간 대권 주자로 여겨져 온 박 시장의 차기 행보와 맞물려 대선을 노린 것 아니냐는 추측성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시의 한 관계자는 "일부 해결되지 않은 사안도 있지만, 대규모 사업에서 절차가 지연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라며 "행안부 등과 협의가 잘 이뤄지면 실시설계 등 다음 절차를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