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로 드러낸 조선 의례용 검의 별자리와 글자

연세대박물관, 30일까지 기획전 '투시'(透視)
연세대를 설립한 호러스 그랜트 언더우드(한국명 원두우)는 고종으로부터 '사인참사검'(四寅斬邪劍)이라는 칼을 받았다. 삿된 것을 막아주는 벽사의 검으로, 길이가 78.3㎝다.

조선시대 중기 혹은 후기에 왕실이 의례용으로 만든 유물로 추정된다.

사인(四寅)은 인년(寅年), 인월(寅月), 인일(寅日), 인시(寅時)에 제작했다는 뜻이다. 칼 한쪽 면에는 한자 30자를 세로로 새겼고, 반대쪽 면에는 북두칠성과 별자리를 남겼다.

글자와 문양이 화려하고 아름답다.

사인참사검 한자와 별자리가 포개진 독특한 이미지가 연세대박물관이 오는 30일까지 진행하는 기획전 '투시'(透視)에 나왔다. 정태섭 연세대 의대 영상의학교실 교수가 엑스레이로 촬영한 사진이다.

조태섭 연세대박물관장은 15일 "정태섭 교수는 엑스선을 예술과 융합해 미술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며 "사인참사검 안에 담긴 역사성을 예술가의 시선으로 해석하고, 이를 시각적으로 재현했다"고 평가했다.
'빛을 가르는 검'이라는 이름이 붙은 작품은 사인참사검이 도드라져 보인다. 명문은 '하늘의 정기를 강림케 하고'(乾降精)로 시작해 '고요히 참하여 바르게 하라'(玄斬貞放)로 끝난다.

별자리는 모두 28수로, 계절별로 일곱 개씩 묶었다.

이에 대해 윤현진 연세대박물관 학예사는 "사인검에 상감한 별자리는 세상사를 좌우하는 별들에 깃든 신령스러운 힘을 검에 담아 사악한 잡령의 접근을 막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다양한 꽃과 은행나무, 와인을 마시거나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 등을 소재로 한 작품도 선보인다. 정 교수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박물관 유물의 투시 영상화 기법을 새롭게 시도했다"며 "엑스레이 사진이 예술의 새로운 분야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