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유시민의 공허한 검찰·언론 공격

"기사 99.9%가 근거없는 조국 욕"
"같이 고꾸라지겠다"며 무작정 옹호

임도원 정치부 기자
“언론에서 검증이란 이름으로 야당과 손잡고…. 어머나, ‘손잡았다’고는 안 할게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지난 13일 한 유튜브 방송에 나와 조국 법무부 장관과 관련한 언론의 의혹 제기를 두고 한 말이다. 유 이사장은 방송 초반 “검사들과 기자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며 작심한 듯 발언을 시작했다. 그는 “돈 거래, 자녀 입학, 사모펀드 등에 대해 내가 사실관계를 잘 알지 못하고, 검사와 기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철학 인식론에서의 ‘선(先)이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사람들이 어떤 대상과 관련해 일부 알고 있는 정보를 토대로 자신의 견해를 형성하는 것을 뜻하는 용어다.유 이사장은 “내가 보기엔 검사들이 ‘조국 일가는 가족 사기단’이라고 생각한다”며 “검사가 선이해를 갖고 있었다 하더라도 증거와 사실이 가리키는 대로 따라가야지, 뭐가 나올 때까지 파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조 장관에게는 문제가 생길 수 없으니, 주저앉히는 방법은 가족을 인질로 잡는 것”이라고 검찰 수사를 ‘가족 인질극’에 비유하기도 했다.

언론에 대해서는 “하루에 수만 개의 기사를 쏟아내는데 99.9%가 근거도 없이 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나도 조 장관에 대한 선이해가 있지만, 언론이 확인한 사실들이 그것과 다른 방향을 가리키면 수정할 자세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작 유 이사장은 조 장관과 관련된 의혹이 ‘99.9% 근거없다’는 점을 뒷받침하기보다 자신의 최성해 동양대 총장 회유 의혹을 해명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유튜브 언론인으로서 취재했다’ ‘다른 동양대 관계자 몇 명에게도 전화를 돌렸다’ 등의 내용이었다.또 난데없이 자신의 조 장관 옹호 발언을 비판했던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향해선 “그런 식으로 토론을 해서는 안 된다”며 공격하기도 했다. 검찰이 압수수색한 조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PC에서 총장 직인 파일이 발견된 게 꼭 표창장 조작 증거라고는 볼 수 없다는 내용 정도가 조 장관 의혹에 대한 해명이라면 해명이었다. 언론과 야당의 ‘야합 의혹’은 무작정 내뱉고 주워담는 데 급급했다.

유 이사장은 말미에 “기왕 참전한 것, (조 장관과) ‘같이 고꾸라지자’ 그런 마음으로 해나가겠다”며 방송을 마쳤다. 의혹이 사실로 확인돼도 자신의 말처럼 ‘수정’하는 대신 끝까지 조 장관 옹호에 나서겠다는 취지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말이었다. 유 이사장이 조 장관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검찰, 언론에 대해 가진 ‘선이해’가 자신을 고꾸라지게 하지는 않을지 스스로 생각해봐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