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이스라엘 총선…다시 시험대 서는 네타냐후 총리

보수 리쿠드당-중도 청백당 접전…중동정세 변수 주목

이스라엘 총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베냐민 네타냐후(69) 이스라엘 총리의 정치적 운명에 관심이 쏠린다. 이스라엘에서는 17일(현지시간) 크네세트(이스라엘 의회) 의원 120명을 뽑는 선거가 진행된다.

올해 4월 9일 총선이 실시된 뒤 새 연립정부 출범이 실패하면서 5개월 만에 치러지는 조기총선이다.

유권자들은 전국을 하나의 선거구로 하는 정당 명부에 투표하며 의회의 전체 의석이 당 득표율에 따라 배분된다. 총선 직후 대통령은 정당 대표들과 협의를 거쳐 연정구성 가능성이 높은 당수를 총리 후보로 지명하고 연정구성권을 준다.

이후 총리 후보가 42일 안에 연정을 출범시키면 총리직에 오르지만, 연정에 실패할 경우 대통령이 다른 정당 대표를 총리 후보로 다시 지명해야 한다.

이번 총선의 최대 관심사는 보수 강경파 정치인 네타냐후 총리의 연임 여부다. 이스라엘에서 '비비'(Bibi)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네타냐후 총리는 재임 기간이 모두 13년 6개월로 이스라엘 역대 총리 중 가장 길다.

1996년부터 1999년까지 총리를 지냈고, 2009년 두 번째 총리직에 오른 뒤 계속 집권하고 있다.

이번 총선은 혼전이 예상되는 만큼 네타냐후 총리가 웃을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이스라엘 방송 채널12와 채널13이 지난 13일 각각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우파 리쿠드당과 중도정당 청백당(Blue and White party)이 나란히 총선에서 32석씩 확보할 것으로 예상됐다.

리쿠드당을 비롯한 우파 정당들의 의석을 모두 합치면 58∼59석으로 연립정부 구성에 필요한 과반 의석(61석)에 2∼3석 부족할 것으로 조사됐다.

외신은 네타냐후 총리의 옛 동지였던 아비그도르 리에베르만 전 국방부 장관이 '킹메이커'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리에베르만 전 장관의 '이스라엘 베이테누당'은 유대 민족주의 성향 정당으로 총선에서 8∼9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리에베르만 전 장관은 오랫동안 네타냐후 총리와 연립정부에서 호흡을 맞췄지만 두 사람은 올해 4월 총선 직후 연정협상에서 크게 대립했다.

리에베르만 전 장관은 초정통파 유대교 신자들의 병역 의무를 주장하며 네타냐후 연립내각의 참여를 거부했고 네타냐후 총리는 불과 1석이 모자라 연정 구성에 실패했다.

이번 총선에서 아랍계 정당들이 얼마나 힘을 발휘할지도 주목된다.

지난 7월 말 발라드당 등 아랍계 정당 4개는 이번 총선에서 연대하기로 합의했다.

이스라엘 인구에서 아랍계 인구는 약 20%이고 이들은 직업 등에서 차별을 받는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아랍계 유권자들의 투표율은 올해 4월 49.2%에 그쳤는데 이들의 투표율이 높아지면 아랍계 정당들이 약진할 수 있다.
이번 이스라엘 총선 결과는 팔레스타인 문제 등 중동 정세에 적지 않은 변수가 될 수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총선을 앞두고 우파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강경 행보를 폈다.

지난 9일 이스라엘이 이란의 새 핵무기 시설을 발견했다고 주장한 데 이어 10일에는 연임할 경우 요르단강 서안의 유대인 정착촌을 합병하겠다고 말했다.

요르단강 서안은 이스라엘이 강제 점령한 지역이고 유대인 정착촌은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불법으로 여겨진다.

이스라엘 정부는 총선을 이틀 앞둔 15일 요르단강 서안의 요르단계곡에 새 정착촌 건설을 승인했다.

미국 트럼프 정부도 네타냐후 총리의 연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4일 트위터에 "네타냐후 총리와 미국-이스라엘 상호방위조약의 진전 가능성을 논의하기 위한 전화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 총선 이후 중동평화안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네타냐후 총리가 연임하면 미국 정부의 지원 아래 팔레스타인 문제, 대(對)이란 정책 등에서 강경한 입장을 고수할 개연성이 커 보인다.

이와 달리 이스라엘군 참모총장 출신인 베니 간츠 청백당 대표가 총리에 오르면 다소 유연한 외교정책을 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간츠 대표는 이스라엘 안보를 중시하면서도 요르단강 서안에서 이스라엘의 철군 가능성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적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