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석유시설 누가 공격했나…"이라크가 드론 출발점"

예멘 후티 반군, '공격 실행' 주장…거리·기술 수준 감안하면 의문
美 당국자, 위성사진 등 근거로 "이라크·이란 공격 원점 가능성"
백악관 고문, 이란 책임론 제기…정상회담 가능성은 열어둬
무인기 공격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시설 가동을 중단시킨 주체를 놓고 다양한 주장과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친이란 성향의 후티 반군이 자신들이 공격 주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후티 반군 거점에서 석유 시설까지 거리가 무려 1천300㎞ 이상이어서 반군 측 주장을 전적으로 신뢰하기도 어렵다.

미국은 이런 사실을 근거로 들면서 공격 배후로 이란을 지목했지만, 이란 측은 이런 주장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사우디 국영 석유 기업 아람코의 아브카이크 석유 탈황시설과 쿠라이스의 유전은 지난 14일(이하 현지시간) 여러 대의 무인기 공격을 받아 불길에 휩싸였다.

이 불로 아브카이크와 쿠라이스 석유 시설이 가동을 중단했다.

공격 직후 후티 반군은 자체 방송을 통해 "무인기 10대로 사우디 석유 시설 2곳을 직접 타격하는 데 성공했다"고 주장했다.그러나 예멘 반군은 주장의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미국 안보 전문가들도 후티 반군의 드론 기술 수준과 정황 증거를 바탕으로 후티 반군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했다.

후티 반군이 보유한 드론 다수는 북한 기술이 활용된 이란 모델을 기초로 제작됐다.대부분은 최대 비행거리가 300㎞ 안쪽인 단거리용이다.

물론 올해 1월 공개된 유엔 전문가패널 보고서에 따르면 후티 반군이 사우디나 아랍에미리트 깊숙이까지 도달할 수 있는 드론을 최근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패널이 거론한 신형 드론은 바람의 도움을 받는다면 1천200∼1500㎞까지도 비행할 수 있다.

후티 반군이 장악한 예멘 북부로부터 아브카이크까지 거리는 1천300㎞나 된다.
장거리 드론이 배치됐다고 해도 성공하기 쉽지 않은 공격 목표물이다.

미국 안보 당국자들은 위성 사진을 근거로 드론이 사우디 남쪽 예멘이 아니라 북쪽 이라크나 이란에서 왔을 가능성을 제기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한 소식통은 공격 원점이 예멘이 아니라 이라크 남부인 정황이 포착됐다고 CNN 방송에 말했다.

석유 시설 피격 후 일부 중동 매체는 무인기가 예멘에 견줘 거리가 절반 정도로 가까운 이라크 국경 방향에서 날아왔다면서 이란이 지원하는 이라크 내 무장조직의 소행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라크 남부는 친(親)이란 민병대가 활동하고 이란 혁명수비대의 쿠드스군(軍)도 배치된 지역이다.

쿠드스군은 혁명수비대의 해외 작전을 담당하는 부대다.

미국 민주당의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은 CBS 방송 프로그램에서 이란의 직접 개입이 있었는지 보고를 받지 못했다면서도 "후티 반군은 이란의 도움 없이는 이런 공격을 할 능력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이란은 자신들이 드론 공격 배후라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등의 주장을 부인하면서, 미국의 '최고 압박' 정책에 빗대 "최대 거짓말"이라고 비난했다.

어쨌든 이번 사우디 석유시설 피격은 작년 5월 미국의 일방적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탈퇴 후 처음 조성된 양국 간 대화 기회를 수포로 만드는 악재가 될 수 있다.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은 이날 폭스뉴스 프로그램에서 "이란 정권은 세계 에너지 공급에 필수적인 민간 지역과 기반시설에 대한 공격에 책임이 있다"며 이번 공격은 양국 관계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백악관은 '이란 책임론'을 주장하면서도, 양국 정상회담 가능성을 닫아버리지는 않았다.

콘웨이 고문은 이달 말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 기간에 트럼프 대통령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만날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이란의 핵 및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제재와 최대 압박 작전은 두 정상의 만남 여부와 관계없이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아브카이크와 쿠라이스 시설 중단에 따른 원유 공급량은 단기적으로는 타격이 크지 않겠지만 생산 감소가 길어지면 유가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외신은 전망했다.

현재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는 국제 유가를 떠받치기 위해 감산을 이행할 정도로 공급량이 넘치는 상태다.그러나 사우디는 단독으로 공급량을 좌우할 수 있는 산유국으로서, 그 조절능력에 지장이 생긴 것이라고 CNN은 분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