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급등…한숨 돌린 원유 DLS 투자자

유가 관련 DLS 8월 기준 2조8000억원 달해
"유가 단기 상승, DLS 미상환잔액 감소 전망"
사진=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원유 생산시설이 드론(무인항공기)의 공격을 받으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했다. 이는 원유를 기초자산으로 한 기타파생결합상품(DLS)의 미상환잔액을 해소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1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브렌트유(Brent) 등을 기초자산으로 한 DLS의 누적 미상환잔액은 2조8262억원에 달한다. WTI를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의 미상환잔액은 1조5807억원, 브렌트유를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의 미상환잔액은 1조2455억원이다.

WTI 미상환잔액은 늘어나는 추세다. 누적 기준 올해 1월 7040억원이었던 잔액은 2월 7364억원, 3월 7676억원, 4월 7459억원, 5월 7323억원, 6월 9786억원, 7월 1조4550억원 등으로 증가했다.

국제유가(WTI 기준)는 지난해 10월3일 배럴당 76.4달러까지 상승했지만 같은 해 12월24일 42.5달러까지 하락하면서 44.3% 급락했다. 국제유가의 저점 인식으로 원유를 기초자산으로 한 DLS 발행이 증가했다는 관측이다. 국제유가는 올 4월께 배럴당 66달러 부근까지 상승했지만 재차 반락해 50달러 초반에서 횡보하고 있다. 이번 사우디 드론 테러로 원유 생산에 차질을 빚게 되면서 유가는 단기적으로 반등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는 유가 관련 DLS 상품의 미상환잔액을 감소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설명이다.

심혜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테러에 따른 생산 차질 물량이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며 "단기에 수습될 가능성이 있고 일정 부분 대응 여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단기 유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가를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DLS의 미상환잔액을 줄이는데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현재 발행된 유가 DLS는 WTI가 2016년 수준인 20~30달러 수준으로 내려가지만 않으면 손실이 나지 않는 상품들"이라고 강조했다.다만 중장기적으로 국제유가 하락에 무게가 실리는 점은 여전히 DLS에 부정적인 요인이다. 유가를 끌어내린 요인인 미중 무역분쟁이 여전히 지속 중이고 미국의 원유 생산량 증가 등 공급 과잉이 예상돼서다.

이날 싱가포르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최근월 선물 가격은 장 초반 배럴당 11.73달러 오른 71.95달러로 19% 넘게 올랐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는 배럴당 12.35% 상승한 67.66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도 장 초반 배럴당 63.34달러로 전장보다 15% 이상 급등해 거래를 시작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최대 석유시설 두 곳이 예멘 반군의 드론 공격으로 가동이 잠정 중단되면서 원유 생산에 대한 우려가 확대된 영향이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