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주→박인숙→황교안 삭발 릴레이 … "이게 나라냐" 목소리 커지는 이유

황교안 '삭발 투쟁' 예고
"현장의 민심, 분노 그 자체"
황교안 삭발, 오후 5시 靑앞 '조국 파면 촉구'
최고위원회의 들어서는 황교안-나경원 (사진=연합뉴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임명에 대한 반발로 16일 삭발 투쟁을 벌인다.

황 대표는 이날 오후 5시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삭발식을 거행한다.문재인 대통령의 조 장관 임명에 대한 반발로 시작된 '삭발 투쟁'은 지난 10일 이언주 무소속 의원, 11일 박인숙 한국당 의원에 이어 세 번째다.

여성 의원들의 삭발식이 국민들에게 비주얼 쇼크를 안기며 야권 강경 투쟁 움직임에 발화 요인으로 작용한 데 이어 야당 대표의 전례 없는 삭발식이 어떤 대국민 메시지로 전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황 대표의 강경 투쟁 움직임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예고됐다. 황 대표는 평소와 달리 정장이 아닌 감색 점퍼 차림으로 최고위 회의에 참석했다.

황 대표는 추석 민심에 대해 "범국민적 분노가 그야말로 하늘 찌르고 있다"고 전하면서" 범법자를 뻔뻔하게 법무장관에 임명한 거에 대해서 국민은 이게 나라냐" 고 말했다.

황 대표는 "뜻 같이하는 모든 분과 힘 합쳐서 반드시 이 정권 불공정, 불의를 심판할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조국을 파면하고 대한민국을 원래의 자리로 되돌려놔야 한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삭발식을 마친 뒤 자정까지 농성을 이어갈 계획이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황 대표의 결정에 대해 "우리 투쟁의 비장함을 표시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나 원내대표 "저희가 할 수 있는 저항의 표현이라 생각한다"며 "그런 뜻에서 당대표가 결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증권제도 시행 기념식 참석한 조국 장관 (사진=연합뉴스)
조 장관이 검찰 개혁을 위해 신발끈을 다시 묶는 상황에서 이학재 한국당 의원은 15일부터 국회 본청 앞에서 조 장관 퇴진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을 하는 등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문 대통령은 9일 조 장관 임명을 강행하면서 "인사청문회까지 마친 절차적 요건을 모두 갖춘 상태에서 (조국) 본인이 책임져야 할 명백한 위법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지지 속에 시작된 조 장관의 검찰 개혁 행보 앞에는 아내인 정겸심 동양대 교수가 PC하드를 증권사 직원을 통해 교체하려 한 정황과 조 장관 5촌 조카의 구속영장 청구 등 다양한 변수가 놓여있다.

법무부장관이 검찰의 조사를 받는 전대미문의 상황 속에서 과거 조 장관이 2016, 2017년 "박근혜는 피의자로 명기됐을때 퇴진했어야 한다", "(그 자리에) 계속 있는 것은 증거인멸을 위해"라며 퇴진 기준을 피의자 명시 여부라고 밝힌 트윗이 화제가 되고 있다.

'조국의 적은 과거의 조국'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는 상황 속에서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15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검찰은 조 장관이 피의자인지 여부를 공식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 최고위원은 "이번 추석에 많은 분들 만났는데 국민들도 조국의 피의자 여부에 헷갈려 한다"면서 "조국 장관 부인은 피의자라고 확신하지만 조국 본인은 피의자가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하다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그래서 이번 기회에 검찰이 조국 장관이 피의자인지 아닌지 명확히 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대 촛불집회에서 한 학생이 "특권층이 함부로 자기 사리사욕을 위해 권력 쓰지 않을 것이라는 사소한 믿음이 오늘 깨졌다. 그토록 수많은 반대와 각종 의혹, 검찰 수사를 뿌리치고 임명을 강행한 정부에 그동안 외친 공정과 정의가 살아있는지 묻고 싶다"고 외친 데 대해 명확한 답을 해줄 곳은 여당도 청와대도 아닌 검찰 뿐인 상황이다.

조 장관은 과거 박 전 대통령이 사퇴를 거부하며 버티는 것은 증거인멸 시도라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법무부가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를 엄정하게 단속하고 해당 검찰에 대해 감찰을 실시하겠다고 밝히자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조국 장관 부인 사모펀드 운용 관여 여부 집중 조사 (사진=연합뉴스)
박주현 민주평화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피의사실 공표는 형법상 죄가 되는 것으로 물론 문제가 많지만 오랫동안 공적인 사실에 대한 피의사실 공표가 진실규명과 국민의 알 권리 차원으로 용인되어 왔다"면서 "목전에 법무부장관 가족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피의사실 공표를 엄단한다고 발표한 것은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매는 것에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가족사건에 대한 부당한 개입으로 보여지는 것이다"라며 "명분을 얻지 못하면 검찰개혁은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또한 "법무장관이 자기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 업무에 대해 인사권을 행사하고 자기 사건 수사를 공표하지 못하도록 훈령까지 만들라고 지시했다"면서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가 되고 있다. 문재인 후보가 지난 대선 때 국민에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준다. '이게 나라냐'"라고 반문했다.

검찰이 조 장관의 5촌 조카인 조범동 씨에 대해 새벽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조씨는 지난달 해외로 출국했다가 이틀전 인천공항에서 체포돼 서울중앙지검 특수 2부에서 조사를 받아왔다. 검찰은 일단 자본시장법 위반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상 횡령 배임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이 사모펀드 의혹과 관련해 펀드와 펀드 운용사에 돈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조 장관 처남도 불러 조사를 마쳤다. 주요 인물들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고 있고, 이제 조 장관 부인 정 교수 소환 조사가 남아 있다. 5촌 조카의 구속 여부는 이날 밤 늦게 결정될 전망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