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파괴 우려에 설악산케이블카 백지화…"보호가치 매우 높아"

산양, 하늘다람쥐 등 멸종위기 13종 서식…"산양 관련 보완서 예측 비과학적"
최순실 개입 의혹 속 박근혜정부서 급물살…1982년 시작된 사업 결국 종지부
환경부가 16일 강원도 양양 지역의 숙원인 설악산 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 사업의 백지화를 결정한 데는 이 사업으로 파괴되거나 훼손될 환경·생태적 가치가 더욱 막대하다는 우려가 크게 작용했다.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은 이날 이 사업에 대한 '부동의' 결정을 발표하면서 "설악산 국립공원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는 등 자연 환경·생태 경관적 보호 가치가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앞서 원주환경청은 양양군이 올해 5월 환경영향평가 보완서를 제출하자 2016년 11월 보완 요청 이후 2년 6개월 동안 중단됐던 환경영향갈등조정협의회(이하 협의회)를 재개했다.

협의회는 현지 조사와 7차례 회의를 거치면서 케이블카 설치가 환경에 미칠 영향을 ▲ 동물 ▲ 식물 ▲ 지형·지질 및 토지이용 ▲ 소음·진동 ▲ 경관 ▲ 탐방로 회피 대책 ▲ 시설안전대책 등 7개 부문으로 나눠 분석했다.원주 환경청이 공개한 이 분석 결과에는 양양군의 보완서를 조목조목 반박한 내용이 들어있다.

현지 조사 결과 설악산은 산양, 하늘다람쥐, 담비, 무산쇠족제비, 독수리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 13종이 사는 것으로 확인됐다.

원주환경청은 특히 멸종위기 1급 산양을 언급하면서 "일정 행동권 내에서 서식·번식하는 산양의 특성상 사업 예정지에 삭도(케이블카) 시설을 설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공사 때 산양이 사업 지역을 회피할 것이라는 보완서 예측은 과학적 근거로 적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공사 후 산양이 다시 돌아오도록 유도하기 위해 유일하게 제시한 '미네랄 블록 제공' 방안에 대해서도 국립공원공단이 전염병 예방 등을 이유로 사용을 제한한 '부적정한 대책'이라고 꼬집었다.

식물과 관련해서는 "보전 가치가 높은 식물상에 대한 영구적인 훼손 등이 우려된다"며 "특히 국내에서 설악산에서만 유일하게 자생하는 이노리나무에 대한 보호 대책을 보완서는 제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케이블카 사업은 백두대간의 핵심구역인 설악산 지형을 지나치게 변화시키고 설악산의 생태·경관적 가치를 훼손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협의회는 지적했다.이처럼 환경부 부동의로 결국 좌초된 설악산 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양양군이 관광을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추진해온 사업이다.

사업의 시초는 198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강원도는 설악산에 권금성 케이블카를 잇는 제2의 케이블카 노선을 허가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정부는 '환경 훼손'을 이유로 불허했다.

이후 이 사업을 재추진하려는 시도가 30여년간 간헐적으로 반복됐지만, 거의 진척 없이 원점에서 맴돌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집권 초기인 2013년 9월에도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는 강원도의 사업 신청을 불허했지만, 1년도 되지 않아 정부 태도가 180도로 바뀐다.

2014년 6월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노선 신규허가를 강력히 요청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두 달 뒤 청와대에서 제6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주재하고 '친환경 케이블카 확충'과 '산지 관광 활성화'를 관광 서비스 분야 과제로 제시했다.

이에 환경부는 "환경친화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양양군에 컨설팅을 제공하고, 케이블카 설치 안이 신속히 국립공원관리위원회 심의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기존 입장과 정반대로 협조 의사를 밝혔다.

당시 대통령과 정부 부처가 일제히 나서서 사업을 밀어붙인 배경에 '비선 실세'로 꼽히던 최순실 씨가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설악산 개발로 일대에 규제가 풀리면 개발 이득을 보려 했다는 것이다.

검찰 수사가 이뤄졌지만, 최 씨 개입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사업은 국립공원위원회가 2015년 8월 사업을 조건부 승인하면서 본궤도에 올랐다.

하지만 찬반 논쟁이 격화하자 원주지방환경청은 협의회를 구성했다.

협의회는 2016년 10월까지 회의를 진행하고 중단됐다가 올해 5월 양양군이 보완서를 내면서 활동이 재개됐다.

협의회는 지난달 16일 제12차 종합토론을 끝으로 활동을 마무리했고, 원주환경청은 최종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협의 내용을 검토해왔다.

그동안 이 사업을 두고 지역사회의 찬성 여론과 환경 단체를 중심으로 한 반대 의견이 극명하게 엇갈렸지만 이날 원주환경청의 부동의 결정으로 37년 묵은 이 사업은 결국 백지화됐다.

환경부는 찬반 논란이 오랫동안 극심했고, 강원도 지역 발전에 도움을 준다는 차원에서 이례적으로 대안 사업을 발굴·지원하기로 했다.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직접 브리핑을 하고서 "관계부처, 강원도, 양양군 등과 함께 이 사업으로 인한 갈등이 장기화하는 것을 방지하고, 지역발전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원 사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