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근·김환기·유영국·도상봉…미술품 130억원대 가을 '큰 場'

K옥션, 24일 215점 경매
김환기의 1968년작 ‘23-Ⅴ-68 #22’.
‘국민 화가’ 박수근의 애잔한 풍경화, 김환기의 반추상화, 박서보의 단색화, 백남준의 비디오아트, 광개토대왕비문 탁본, 미국 인디애나 로버트의 조각 등 국내외 미술가의 수작 215점이 한꺼번에 경매에 부쳐진다. 미술품 경매회사 K옥션이 오는 24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본사에서 실시하는 가을 경매를 통해서다.

출품작의 추정가 총액은 133억원으로, 지난 7월 K옥션 여름 경매(110억원)보다 15%가량 늘었다. 국내 경기 침체 신호가 감지되고,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그림값이 조정을 받고 있는 만큼 비교적 싸게 미술품에 투자할 기회라는 분석도 나온다.K옥션은 국내 유명 화가들의 수작을 전면에 배치해 이번 경매 실적을 100억원대까지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김환기의 뉴욕시대 1968년작 반추상화 ‘23-Ⅴ-68 #22’(추정가 6억~10억원)는 시중 가격보다 싸게 출품해 미술애호가들이 경합하게 할 계획이다. ‘23-Ⅴ-68 #22’는 추상화 형태의 화면에 도자기 같은 실제 모형을 배치해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구도를 적용한 게 특징이다. K옥션 관계자는 “자연이라는 소재를 택하면서도 화면 구성은 추상 경향을 드러낸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김환기의 또 다른 뉴욕시대 작품 ‘10-IV-68 #10’(5억5000만~8억원)과 1958년 프랑스 파리에서 제작한 작품 ‘제기’(4억~8억원)도 이번 경매에 나온다.
K옥션이 오는 24일 여는 가을 경매에 출품한 박수근의 1964년작 ‘두 나무와 두 여인’.
박수근이 1964년 보따리를 이고 고목 사이로 귀가하는 두 아낙네의 모습을 정감 있게 그려낸 ‘두 나무와 두 여인’은 추정가 3억7000만~7억원에 나왔고, 백남준의 ‘TV첼로’(2억3000만~3억5000만원), 장욱진의 ‘풍경’(2억~3억원), 이대원의 100호 크기 2002년작 ‘논’(2억~3억원), 도상봉의 ‘라일락’(5000만~1억원), 유영국의 ‘움직이는 산’(2억8000만~5억원) 등도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출품됐다.

K옥션은 국내외 무대에서 주목받고 있는 추상작가의 작품 20여 점도 경매에 올린다. 프랑스 퐁피두메츠센터에서 회고전을 열고 있는 이우환의 작품 7점을 비롯해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포르투니미술관에 초대된 윤형근의 작품 6점, 박서보의 ‘묘법’ 6점, 이강소 작품 3점, 하종현의 ‘집합’ 2점 등이 눈길을 끈다.고미술 분야에서는 광개토대왕비문 탁본첩이 단연 돋보인다. 석회탁본 방식으로 19세기 말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비석의 각 면에 열 장씩, 총 40장의 종이를 사용해 탁출했다. 탁본에 사용한 종이는 고려지, 먹은 연매(그을음)로 파악됐다. 광개토대왕비는 고구려 20대 왕인 장수왕이 아버지 광개토대왕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414년에 세운 비석이다. 아들 장수왕이 아버지에게 바친 ‘국강상광개토경평안호태왕(國岡上廣開土境平安好太王)’이라는 시호가 적혀 있다.

18~19세기 함경도의 명승지 열 곳을 그린 ‘북관십경도’, 독특한 문양과 다양한 기형을 갖춘 ‘백자청화운룡문호’, 추사 김정희의 글씨, 명성황후의 편지, 조선시대 화가 겸재 정선과 현재 심사정의 진경산수화, 다산 정약용의 간찰(편지), 김영삼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휘호 등도 나와 있다. 출품작은 24일까지 K옥션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