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하임컵 영웅' 된 페테르센…굴곡진 선수생활 '해피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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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팀 꺾은 유럽팀 우승 주역유럽과 미국의 여자골프대항전 솔하임컵이 열린 16일(한국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퍼스셔의 글렌이글스호텔골프장. ‘베테랑’ 수잔 페테르센(38·노르웨이)이 싱글매치플레이 18번홀(파5)에서 상대인 마리나 알렉스(29·미국)가 지켜보는 가운데 약 2m 버디 퍼트를 홀 가운데로 꽂아 넣었다. 골프장이 환호로 뒤덮였다. 페테르센이 1점을 획득해 유럽은 14.5-13.5로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2013년 이후 6년 만의 우승. 16회를 맞이한 대회에서 유럽이 우승한 건 이번을 포함해 여섯 번에 불과하다. 한때 세계랭킹 2위에서 결혼과 출산으로 지금은 600위 밖으로 벗어난 선수가 일궈낸 ‘인간 승리’였다. 페테르센은 동료들을 끌어안고 펄쩍펄쩍 뛰다 끝내 눈물을 터뜨렸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통산 15승을 수확한 그는 이 대회를 끝으로 선수생활을 공식 은퇴한다. 페테르센은 “이보다 더 좋은 마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4년전 '컨시드 논란' 오명 씻어
페테르센에게 대항전 솔하임컵은 여러 의미에서 잊을 수 없는 대회다. 그는 4년 전 열린 이 대회에서 비난의 중심에 섰다. 당시 포볼 경기 때 재미 동포 앨리슨 리(24)의 버디 퍼트가 홀 50㎝ 앞에 멈췄고 앨리슨 리는 공을 집었다. 상대 선수였던 페테르센은 “컨시드를 준 적이 없다”며 정색했다. 벌타를 받은 앨리슨 리는 “(공을 집어 들어도) 좋아”란 소리를 분명히 들었다며 울음을 터뜨렸다.컨시드를 외친 것이 갤러리였을지도 모른다. 진실이 무엇이든 간에 미국 스타 선수의 눈물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 거센 비난 여론에도 페테르센은 항의했다. 그는 “다시 그 상황이 오더라도 똑같이 할 것이며 후회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골프 주류인 미국 언론을 중심으로 집중포화가 이어지자 고집 센 페테르센도 결국 공식 사과했다. 그는 미국 방송에 출연해 “큰 그림을 보지 못하고 경쟁의 열기 속에만 있었다”며 고개를 숙였다. 사과했지만 끝까지 앨리슨 리에게 컨시드를 줬다고 인정하진 않았다.
페테르센은 경기 중 화를 잘 내고 강한 승부욕을 내비쳐 동료들에게 ‘기피 대상’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이미지 때문에 4년 전 솔하임컵에서 비난의 중심에 섰다는 얘기도 나온다. 파란만장한 페테르센의 선수 생활은 이 경기를 끝으로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다.미국팀 단장인 줄리 잉크스터는 “페테르센이 그 퍼트를 넣었을 때 놀라지 않았다”며 “그가 왜 페테르센인지 보여주는 인상적인 퍼트였다”고 존경심을 나타냈다. 팀 동료 안나 노르드크비스트(32·스웨덴)는 “페테르센은 모두의 롤모델이고 록스타였다”며 “그가 그리울 것”이라고 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