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 사우디에 미사일 10여발도 쐈다"…트럼프 "공격 준비 끝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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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東 위기 '일촉즉발'“우리(미국)는 공격할 준비가 돼 있다(We are locked and loaded).”
이란, 즉각 부인했지만…
강경 발언 쏟아낸 미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쓴 문구다. 물론 이란을 겨냥한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핵심 석유시설 두 곳이 피격된 데는 이란이 연관돼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과 이란의 긴장이 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란 “우리는 관련없다”
사우디 공격은 14일 새벽에 벌어졌다. 이후 예멘의 후티반군은 “우리가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후티반군은 예멘 정부군을 지원하는 사우디와 반목 관계다. 시아파를 추종하고 있어 이란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예멘 반군 발표 이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배후에 이란이 있다고 지목했다. 그는 “우리는 모든 국가에 공개적으로 명백하게 이란의 공격을 규탄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또 “이란은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외교에 관여하는 척하면서 사우디에 대한 100여 차례 공격의 배후에 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하지만 이란 정부는 즉각 미국 주장을 반박했다. 압바스 무사시 이란 외무 대변인은 “그런 헛되고 맹목적인 비난과 발언은 이해할 수 없고 의미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간 이란을 ‘최대 압박’해 온 미국이 ‘최대 거짓말’로 기조를 바꿨다”고 주장했다.
일부 외신들은 이라크 공격설을 제기했다. 이란과 관련 있는 이라크 내 반군이 공격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라크 정부는 이 같은 주장이 근거없다고 부인했다.
트럼프, 군사행동 가능성 시사
미국은 15일 이란에 더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다.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은 폭스뉴스에 “이란이 이번 공격에 책임이 있다”며 “미국은 이란의 악의적 공격에 대해 여러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익명의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ABC뉴스에 “이란이 순항미사일 10여 발과 드론 20기를 동원해 사우디를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통신도 미국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미 정부는 이란 외에 다른 용의자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사우디 석유시설을 공격해 온 방향이 남쪽(예멘)이 아니라 북서부(이란)”라고 보도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타를 날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사우디 석유시설을 공격한 범인이 누구인지 알 만한 증거가 있다”며 “미국은 공격 주체가 확정만 난다면 공격할 준비가 돼 있다”는 글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트윗에 쓴 문구(locked and loaded)는 총에 총알을 장전한 뒤 안전 장치를 풀어 격발하기 직전인 상태를 뜻한다. 미국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마크 더보위츠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공격에 대해 무력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라고 분석했다.트럼프 대통령은 하지만 당장 이란을 공격할 의사는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대응에 대한 조건 등을 사우디와 협의하기 위해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밝혔다. 조슈아 랜디스 오클라호마대 중동연구센터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에 공을 넘긴 것은 현명한 계산에 따른 것”이라며 “사우디는 이란과 전쟁까지 갈 의향이 없지만 당분간 긴장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잔 말로니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외교정책담당 부국장은 “이란이 이번 공격 주체라면 미국에 대한 협상 레버리지를 얻기 위해 예전과 똑같은 강경 수단을 쓴 것”이라며 “미국과 이란 간 대립 양상이 반복 지속되면서 더욱 위험하고 예측불가능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다만 외교 카드를 버리지는 않고 있다. 콘웨이 고문은 이달 말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 기간 중 미국과 이란 정상 간 회담이 열릴지에 대해 “가능한 선택지는 항상 고려할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정상회담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평이다. 이란의 외교권은 대통령이 아니라 아야톨라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 6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를 제재 명단에 올렸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