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난제 쌓였는데…강경화-김현종 갈등 불거지며 우려 커져

강경화, 김현종과 지난 4월 언쟁 이례적 시인…'앙금 여전' 관측도
정책이견 아닌 감정 쌓여 충돌…외교현안 냉철한 판단에 장애요인 우려도
한일갈등이 심화하고 북미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 등 한국 외교의 난제가 여전한 상황에서 정부 외교라인 핵심 고위 당국자 간의 갈등이 확인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1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난 4월에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과 다툰 적이 있다는데 사실이냐'는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의 질문에 "부인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답했다.

강 장관과 김 차장 간에 갈등이 있다는 소문은 그간 외교가에 꽤 퍼져있었는데, 강 장관이 이를 공개석상에서 사실이라고 확인한 것이다.

17일 외교가에 따르면 두 사람 간 다툼은 지난 4월 문재인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 때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당시 김현종 2차장이 외교부에서 작성한 문건에 오타와 비문이 섞여 있는 등 미흡하다며 담당자를 큰 소리로 질책하자, 강 장관이 '우리 직원에게 소리치지 말라'는 취지로 맞받아쳤다는 것이다.

이에 김 차장이 영어로 "It's my style(이게 내 방식이다)"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등 두 사람은 한참을 티격태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언쟁은 호텔 내 일반인이 오가는 공간에서 벌어져 많은 이들이 목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일부에서는 그동안 청와대와 외교부 간의 껄끄러웠던 분위기가 이런 말다툼에 녹아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각종 외교의전 사고, 한미정상 통화 유출 사태 등 기강해이 사건이 벌어진 후 청와대 내에서 외교부 직원들에 대한 문제의식이 높아졌던 것이 사실이다.

반면 외교부에서는 청와대가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지나치게 간섭하며 주요 외교 현안을 주도하는 데 대한 불만이 있다는 말이 있었다.정부가 최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외교부는 '연장'에 무게를 뒀는데, 김현종 차장을 비롯한 청와대가 '종료'를 강하게 주장해 관철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배경이야 어찌 됐든 고위 당국자 간 갈등이 사실로 확인된 것은 이례적이다.

갈등이 있더라도 이를 외부에 불거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상식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강 장관이 5개월 전 갈등 상황을 시인한 것을 두고 김 차장과 관계에 앙금이 남아있고, 더 나아가 여전히 불편한 관계가 아니냐는 관측이 외교가에서는 제기된다.

김 차장이 직제상으로는 차관급으로 강 장관 아래지만 노무현 정부 당시 장관급인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터라 강 장관과 맞서는 데 별다른 부담을 느끼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정부 내 외교안보라인에서도 의견이 다르면 언쟁을 벌일 수 있다.

오히려 치열한 토론의 과정을 거쳐 정책이 결정되는 게 바람직하다.

그러나 두 사람의 지난 4월 다툼은 정책에 대한 이견이라기보다는 성향이 맞지 않아 빚어진 충돌이라는 점에서 더 우려스럽다는 지적도 있다.

외교안보라인이 머리를 맞대 냉정한 상황 판단하에 정책을 결정해야 할 텐데 감정이 끼어들 여지가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김현종 차장이 차기 외교부 장관 1순위 후보로 떠오르면서 강 장관과 기 싸움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지만, 김 차장은 주변에 '외교부 장관에 관심 없다'는 취지로 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청와대 관계자는 "강 장관과 김 차장의 말다툼은 일하는 과정에서 직설적으로 표현이 나오다 보니 벌어진 해프닝 같은 것으로 안다"며 "그 일 이외에는 양측이 갈등을 빚었다는 얘기는 들어본 바 없다"며 불화설을 일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