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판결과 정의' 출간한 김영란 전 대법관 "사다리를 막거나 걷어차버리는 사회 옳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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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판결들이 과연 우리 사회를 정의롭게 했는지 좀 더 거리를 두고 다양한 시각으로 살펴보며 지나온 역사와 앞으로 펼쳐질 역사를 생각해 보고 싶었어요.”
오랜 청탁 관행을 뒤바꾼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제안자로 유명한 김영란 전 대법관(사진)이 17일서울 정동 한 식당에서 열린 저서 <판결과 정의>(창비)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2015년 출간한 전작 <판결을 다시 생각한다>(창비)가 김 전 대법관이 재임 당시 참여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들을 꼽아 판결의 의미와 배경, 논쟁 과정을 꼼꼼히 살폈다면 <판결과 정의>는 대법관 퇴임 후 선고된 전원합의체 판결을 되짚어보며 거시적 관점에서 현재진행형 쟁점들을 분석했다.
책은 ‘성인지 감수성’과 관련한 성희롱 교수 해임결정취소 소송 판결부터 ‘가습기 살균제 사건’, ‘강원랜드 사건’, ‘키코(KIKO) 사건’ 등 세상을 떠들석하게 했던 사건들을 끄집어냈다. 김 전 대법관은 첫 장에 등장하는 가부장제에 대해 “단순히 남성과 여성이라는 성별 차이의 문제가 아니라 계층화에 의해 구축된 위계질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남녀 차별부터 남성혐오·여성혐오, 계층간 분리 문제 등 우리 사회 모든 문제들은 가부장제를 통해 우리 몸에 채화된 부채의식에서 시작됐기에 그 기원부터 살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책은 우리 사회의 정치적 민주성과 관련한 사건과 판결들도 깊게 파헤쳤다. 그는 “우리가 정치적 민주성에 대한 논의는 많이 했지만 노동조합이나 정당과 같은 개별단체에 대한 민주주의에 대해선 좀 더 체계화가 필요하다”며 “민주주의, 삼권분립, 헌법의 근본적 원리 등을 관심을 가지고 생각해봐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법관들도 어떤 문제에 대해서 심층적으로 생각하고 우리 사회의 미래를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판사들이 정치적 판결에 대해서 일반 사람들 이상으로 할 수 없다는 한계를 인식한다면 좀 더 좋은 판결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이상 개천에서 용나지 않는 법관들이 법원 내 주류를 점령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개천에서 용 나는 게 어려워지는 사회는 발전없는 사회라는 데 동의하기에 계층 이동이 쉬웠던 과거보다 사다리가 좁아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법관은 “사다리가 좁아져가는 걸 느끼면서도 우리가 열망을 가지고 나아갈 수 있도록 좌절감을 완화시켜주고 제도를 만드는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오랜 청탁 관행을 뒤바꾼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제안자로 유명한 김영란 전 대법관(사진)이 17일서울 정동 한 식당에서 열린 저서 <판결과 정의>(창비)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2015년 출간한 전작 <판결을 다시 생각한다>(창비)가 김 전 대법관이 재임 당시 참여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들을 꼽아 판결의 의미와 배경, 논쟁 과정을 꼼꼼히 살폈다면 <판결과 정의>는 대법관 퇴임 후 선고된 전원합의체 판결을 되짚어보며 거시적 관점에서 현재진행형 쟁점들을 분석했다.
책은 ‘성인지 감수성’과 관련한 성희롱 교수 해임결정취소 소송 판결부터 ‘가습기 살균제 사건’, ‘강원랜드 사건’, ‘키코(KIKO) 사건’ 등 세상을 떠들석하게 했던 사건들을 끄집어냈다. 김 전 대법관은 첫 장에 등장하는 가부장제에 대해 “단순히 남성과 여성이라는 성별 차이의 문제가 아니라 계층화에 의해 구축된 위계질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남녀 차별부터 남성혐오·여성혐오, 계층간 분리 문제 등 우리 사회 모든 문제들은 가부장제를 통해 우리 몸에 채화된 부채의식에서 시작됐기에 그 기원부터 살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책은 우리 사회의 정치적 민주성과 관련한 사건과 판결들도 깊게 파헤쳤다. 그는 “우리가 정치적 민주성에 대한 논의는 많이 했지만 노동조합이나 정당과 같은 개별단체에 대한 민주주의에 대해선 좀 더 체계화가 필요하다”며 “민주주의, 삼권분립, 헌법의 근본적 원리 등을 관심을 가지고 생각해봐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법관들도 어떤 문제에 대해서 심층적으로 생각하고 우리 사회의 미래를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판사들이 정치적 판결에 대해서 일반 사람들 이상으로 할 수 없다는 한계를 인식한다면 좀 더 좋은 판결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이상 개천에서 용나지 않는 법관들이 법원 내 주류를 점령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개천에서 용 나는 게 어려워지는 사회는 발전없는 사회라는 데 동의하기에 계층 이동이 쉬웠던 과거보다 사다리가 좁아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법관은 “사다리가 좁아져가는 걸 느끼면서도 우리가 열망을 가지고 나아갈 수 있도록 좌절감을 완화시켜주고 제도를 만드는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