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고려대 '교수 벤처' 메디트 인수, KKR·칼라일 등 '3파전'

▶마켓인사이트 9월 17일 오후 4시

국내 3차원(3D) 스캐너 전문업체 메디트 인수전이 글로벌 사모펀드(PEF) 간 3파전으로 좁혀졌다.1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대주주인 장민호 대표(고려대 기계공학부 교수·51)와 매각주관사인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은 이날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칼라일그룹 등 글로벌 PEF 3곳을 메디트 인수를 위한 적격인수후보(쇼트리스트)로 선정했다.

지난 8일 예비입찰에는 KKR, 칼라일 외에 미국계 TA어소시에이츠, 홍콩계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등 글로벌 PEF 9곳이 참여했다. 매각 측은 본입찰을 거쳐 이르면 10월 말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계획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메디트의 매각 구조가 단순하고 적격인수후보로 선정된 PEF들이 예비입찰 전부터 충분한 실사를 했기 때문에 매각 작업이 속전속결로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매각 대상은 장 대표와 재무적 투자자(FI)가 보유한 메디트 지분 50% 이상이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새 인수자가 메디트의 최대주주가 되고, 장 대표는 2대주주이자 공동 경영자로 남는다. 메디트 지분은 장 대표와 프리미어파트너스 유경PSG자산운용 등 FI가 각각 80%와 20%를 나눠 갖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328억원, 영업이익은 103억원이지만 매각 측은 이 회사 가치를 6000억원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올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 매출을 넘어설 정도로 회사가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메디트는 장 대표가 2000년 설립한 벤처기업이다. 그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서 컴퓨터지원설계(CAD) 분야 석·박사 학위를 받은 3D 스캐너 전문가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스켈레톤 금메달리스트인 윤성빈 선수가 착용한 마스크의 두상 설계에도 메디트의 스캐너가 사용됐다.

메디트는 치과용 3D 스캐너로 주력사업을 전환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1주일 넘게 걸리던 치과 보형물을 구강용 3D 스캐너로 1시간 만에 제작하는 등 혁신을 일으킨 덕분이다. 매출의 70%가 유럽과 미국에서 나오기 때문에 글로벌 PEF들이 대거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장 대표는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과 자금을 지원할 파트너를 구하기 위해 인수후보를 글로벌 PEF로 제한했다.

정영효/이동훈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