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균의 차이나 톡] 기업 통제 속도내는 中…3300만개 기업 대상으로 '사회적 신용등급' 매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중국에서 신용기록은 단순히 대출 여부 및 금리 수준을 결정하는 기준을 넘어 사회통제 수단으로까지 이용되고 있는데요. 중국 정부는 모든 개인과 기업의 신용등급을 점수화하는 사회신용제도를 내년까지 전면 도입할 방침입니다. 이미 지난해 5월부터 12개 도시에 시범 적용되고 있지요. 신용기록이 좋은 개인이나 기업은 무료 건강검진, 은행 대출 우대 등의 각종 혜택을 누리고 신용기록이 좋지 않은 개인이나 기업은 블랙리스트에 올라 각종 제재를 받습니다.

중국 정부가 개인을 대상으로 한 신용등급 평가를 어느정도 끝마친 데 이어 기업을 겨냥한 신용등급 매기기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1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는 전날 3300만개 기업을 대상으로 ‘사회적 신용등급’을 매기기 위한 초기 평가를 완료했다고 밝혔습니다. 법원 판결과 세금 납부 기록, 환경보호, 정부 라이선스, 제품 품질, 산업 안전 및 시장 규제기관의 행정 처벌 기록 등을 토대로 이들 기업의 신용등급을 최우수, 우수, 적정, 미달 등 4개로 분류했다고 합니다.
발개위는 이번 초기 평가 기록을 각 지방정부에 보내 추가 체크와 업데이트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신용등급이 좋지 않은 기업은 현지 공무원이 세부 검토를 위해 경영진을 불러 문제를 해결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발개위는 이번 평가에 포함된 외국 기업과 민간 기업의 수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세부적인 평가 방법도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발개위는 10월 말까지 공개적인 의견 수렴을 거친 뒤 최종 평가를 끝마칠 방침입니다.

발개위는 앞서 지난 4월 여행서비스 회사와 석탄 기업, 장거리 버스 공급 회사, 천연가스 공급 업체, 가정 서비스 업체의 신용등급 평가를 완료했는데요. 석탄 기업의 경우 1만9000개 회사 중 98개 기업만 우수 등급으로 평가받았습니다. 1868개 기업은 사회적 신용등급이 불량한 것으로 매겨졌습니다. 204개 천연가스 공급 업체도 미달로 매겨졌습니다.

중국의 사회신용제도는 이미 개인과 기업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요. 지난해까지 채무 미상환 등으로 ‘사회적 신용불량자’로 낙인이 찍혀 비행기 탑승이 금지된 사례는 1746만 건, 고속철 탑승이 금지된 사례는 547만 건에 달합니다. 사회적 신용등급이 낮아 블랙리스트에 오른 359만 개의 중국 기업도 정부 발주사업 입찰과 토지 공매 참여, 채권 발행 등을 금지당하는 등 각종 불이익을 받고 있지요.중국 정부는 이 제도가 보상과 처벌을 통해 사람들이 규정을 준수하는 문화를 정착시키고 사회 전반의 신용도를 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자평합니다. 하지만 서방에선 개인과 기업의 운명을 국가의 이익에 종속시키는 전체주의적 제도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사회신용제도가 개인과 기업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란 우려도 많습니다. 전문가들은 “사회신용제도의 목적은 중국의 사회적·경제적 발전 과정에서 공산당의 통제를 확실하게 하려는 것”이라며 “중국 정부가 사회적 문제 해결에 진심으로 관심이 있다면 법치주의와 시민사회 확립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