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사우디 왕세자 통화…"석유시설 공격, 단호히 대응"

文대통령, 석유시설 피해 위로…"복구과정 참여할 용의 있다"
빈살만 왕세자 '대공방어체제 구축 지원' 요청에 양국 긴밀 협의키로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주요 석유시설과 유전이 지난 14일(현지시간) 무인기 공격을 받은 것과 관련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통화하고 석유시설 피해 및 중동 정세 등을 논의했다.문 대통령은 먼저 "사우디 석유생산의 핵심 인프라인 동부지역 압카이크와 쿠라이스 석유시설이 큰 피해를 본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왕세자와 사우디 국민에게 위로의 말을 전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우디 석유시설에 대한 공격은 한국은 물론 전 세계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국제사회가 단호하게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에서 전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테러 근절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지지한다"면서 "국제 에너지 안보를 위협하는 이번 공격과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에 빈 살만 왕세자는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국제사회가 하나의 목소리로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면서 "국제사회 안보를 위협한 현 상황을 규탄해 주신 데 감사하다"고 사의를 표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주요 유전지역에 대한 유례없는 공격으로 중동 지역을 비롯해 글로벌 석유공급 시장이 위협받는 피해가 생겼다"며 "유엔 등 국제사회와 공동 진상조사를 진행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외교부는 지난 16일 논평을 통해 "이번 공격은 국제적인 주요 에너지 인프라 시설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전 세계 에너지 안보 및 역내 안정을 저해한다는 데 우려를 표하고 어떠한 유사한 공격 행위도 규탄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빈 살만 왕세자는 문 대통령에게 동맹국과의 협력을 통한 공동 대처와 함께 이번과 같은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대공 방어체제를 구축하는 데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는 이와 관련해 긴밀히 협의하기로 했다고 고 대변인은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원유의 약 30%를 사우디로부터 공급받고 있다"면서 "피격 시설의 조속한 복구를 바라며, 복구 과정에 한국이 참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흔쾌히 응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빈 살만 왕세자는 "이번 테러로 사우디 원유 생산량의 50%가 줄었지만, 비축량을 긴급 방출하는 등 복구 작업을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며 "현재 (피해의) ⅔ 가량이 복구됐고 열흘 내 생산량의 100% 회복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 6월 방한해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회담한 바 있다.

문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는 당시 회담에서도 테러리즘이 국적, 종교 등과 무관한 국제적 문제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사우디아라비아 내 에너지 인프라 시설을 대상으로 한 공격을 강력히 규탄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당시 회담에서 '사우디아라비아는 한국의 원유 및 석유 제품 수요를 충족하며 공급 교란 상황으로 인한 부족분을 대체한다'는 약속을 확인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통화에서 "6월 회담 후 양국 간 국방·방산협력 관련 후속 조치가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면서 양국 관계가 더욱 발전하기를 기대했다.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 6월 방한은 무척 유익하고 성과가 컸다"면서 건설·인프라, 방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 협력이 강화하고 있음을 높이 평가했다고 고 대변인은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