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총리, 방역현장서 "전광석화처럼 신속·단호하게"(종합)

"농식품부 전문인력 관련 지역 시·군에 파견"
"AI·구제역 방역 성공 경험…전례 없이 잘 막으리라 확신"
"최단 시일 내에 최소 지역으로 막아내겠다" 각오 밝혀
이낙연 국무총리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이 확인된 다음 날인 18일 현장을 직접 찾아 지자체의 방역 상황을 점검했다. 이 총리는 이날 오전 경기 포천시 일동면 화대리에 있는 돼지 밀집사육단지를 방문, 경기도와 포천시 관계자로부터 대처 내용을 보고받았다.

이 총리는 "오늘 아침 신문을 보니 전파 경로도 모르면서 살처분했다는 보도가 있는데 맞지 않는다"며 "왜냐하면 전파 경로가 어떻게 됐느냐와 상관없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전광석화처럼 신속하게 단호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파주, 17일 연천에서 돼지열병이 차례로 발생해 확산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가축방역심의회를 거쳐 발생 농가 '500m 내'에서 '3㎞ 내'로 예방적 살처분 범위를 확대했다. 이 총리의 발언은 이런 강력한 초동 대응을 통해 확산을 막는 것이 급선무라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 총리는 "전파 경로가 어떻든 간에 분명한 두 가지는 파주와 연천까지 ASF 바이러스가 침투했다는 것, 전파경로는 사람·짐승·차량 등 셋 중 하나라는 것"이라며 "이를 전제로 우리가 할 바를 신속·단호하게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AI(조류인플루엔자)를 유례없이 성공적으로 방역한 경험이 있다"며 "어떤 방식이 그런 결과를 가져왔는가를 돌이켜보면 이번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자명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 과정을 (당시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으로서) 함께 했던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이 이번 일을 세계에 전례 없이 잘 막으리라 확신한다"며 이날 현장 방문에 동행한 김 장관에 힘을 실어줬다.

이 총리는 이어 포천 영중면 영송리에 있는 거점소독시설을 찾았다.

이 총리는 방역상황 브리핑을 들은 뒤 "차량이 거점소독시설에 들어오면 선 채로 소독약을 뿌리는데 그게 차량의 필요한 곳이 다 소독이 되는 것이냐"고 물었다. 포천시 관계자가 이에 대해 "세차 수준으로 소독하고, 고압 분무기로 차량 전체를 소독한다"고 답하자 이 총리는 "차를 움직이게 하면서 하는 것이냐"고 거듭 질문하며 실제 방역 상황을 확인했다.

이 총리는 "과거 구제역이나 AI 때 보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장기전으로 방역을 했다.

이번엔 가봐야 알겠지만, 굉장히 단기에 승부를 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방역태세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면서 "바이러스라는 놈이 눈에 보이지 않지만 내 말을 듣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해 주변의 웃음을 자아냈다.

현장에 나온 이재명 경기지사는 "전문가들 말로는 원인 추적이 어려운데 아무래도 야생 멧돼지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발생농가에서) 150㎞라든가 라인을 그은 다음에 밖에서부터 안으로 포획하며 제거하는 게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파주·연천 확진 판정에 따라 정밀 검사를 진행하고 있으니 모종의 검사 결과가 나오면 이번 바이러스의 특징이 드러날 것"이라며 "2010년 구제역이 창궐했을 때도 파주에서 발생했는데 이번엔 그때보다 더 빨리 단기적으로 승부를 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지사는 이에 대해 "총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차단방역 과정에서 지자체뿐 아니라 군과 경찰, 농협, 축협 등의 적극적인 역할도 당부했다. 이 총리는 현장 방문 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체계적·통일적 방역을 위해 농식품부 전문인력을 관련 지역 시·군에 파견하겠다"며 "최단 시일 안에 최소 지역으로 막아내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