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우등생' 네덜란드 감세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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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브렉시트로 침체 우려네덜란드 정부가 17일(현지시간) 감세와 투자 확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경제 부양책을 내놨다. 글로벌 무역 긴장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영향으로 성장 둔화 우려가 커졌다고 판단해서다.
가계 세금 약 4조원 감면 추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옵케 회크스트라 네덜란드 재무장관은 이날 30억유로의 가계 세금 감면과 500억유로 규모의 투자기금 설립을 담은 부양책을 발표했다.투자기금은 인프라와 디지털, 친환경 산업 등 중장기 프로젝트에 쓰일 전망이다. 다만 최고 25% 수준으로 낮춘 법인세율은 더 이상 인하하지 않기로 했다. 회크스트라 장관은 “이번 조치는 견고한 경제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고안됐다”며 “앞으로 닥칠 경제적 충격을 흡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덜란드 정부의 이번 부양책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각국 정부에 재정 지출을 늘려 성장을 촉진해 달라고 요구한 이후 나왔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지난 12일 통화정책회의 이후 “유로존 경제 전망이 하방으로 기울었다”며 “재정 여력을 가진 정부는 시의적절하게 (부양책을)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네덜란드는 그동안 유로존에서 재정정책에 신중한 국가로 분류됐다. 공공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50% 수준이며 재정 흑자도 GDP의 1% 정도다.하지만 대외여건 악화로 성장 둔화가 가시화하자 정부가 ‘돈 풀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네덜란드의 성장률은 올해 1.8%로 예상되며 내년엔 1.5%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네덜란드가 경기 부양책을 발표하면서 유로존에서 재정정책을 보수적으로 펼쳐온 독일 등 주변국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