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5억 급등 후 4억 폭락…위기의 광주 봉선동 집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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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두 배 오른 봉선동 아파트, 올해는 '우수수'
거품 꺼지고 입주 증가…10년 만에 집값 마이너스

◆봉선동 ‘집값 광풍’ 그 후광주에서 가장 집값이 비싼 남구 봉선동 ‘제일풍경채엘리트파크’ 전용면적 84㎡의 호가는 연초 대비 2억원가량 떨어졌다. 올 1월만 해도 최고 9억원까지 거래되던 주택형이다. 하지만 요즘은 7억원 안팎의 매물에도 매수세가 쉽게 붙지 않는다.
이 동네에서 가장 최근에 입주한 이 단지는 지난해 초만 해도 4억원 초반대에 거래됐다. 봄부터 매매가격이 꿈틀하더니 반년 만에 8억원을 넘어서면서 종전 가격의 두 배까지 치솟았다. 10억원까지 넘보던 집값은 올해가 돼서야 고꾸라졌다. 봉선동 A공인 관계자는 “요즘은 작년과 달리 사려는 사람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집값이 꺾이는 분위기여서 한참 때의 가격은 절대 받을 수 없다”고 전했다.

한국아델리움3차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매매가격 앞자리를 7·8·9·11억으로 바꿔놓은 거래는 모두 광주 지역 안에서 일어난 ‘갈아타기’ 수요인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단지 거주자나 같은 단지 전세입자 등이 옮겼다. B공인 관계자는 “미분양 아파트였기 때문에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양도소득세 100% 감면이 가능한 경우가 제법 있다”면서 “지난해 단지 내 갈아타기를 한 이들의 경우 양도세 감면 시한 만료 전에 차익을 한 번 정리하고 옮겼다”고 설명했다.
한국감정원 조사에서 광주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내렸다. 8월까지의 누계로는 -0.39%로 2009년 이후 10년 만에 마이너스 변동률이다. 전문가들은 늘어나는 공급물량이 가격을 짓누르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올해 광주에 입주하는 새 아파트는 1만3253가구로 지난해(7000가구)의 두 배에 가깝다. 내년에도 1만2505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이상우 익스포넨셜 대표는 “작년 반짝 공급가뭄 때 광역시 최고 수준으로 오르다보니 받쳐줄 만한 수요가 마땅치않다”며 “입주가 늘어날수록 수급 불균형이 심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인구가 차츰 줄어드는 상황에서 주택 공급이 늘고 있어 인·허가를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건설업계를 중심으로 나온다. 향후 대규모 빈집 사태가 빚어질 수 있어서다. 통계청 예상에 따르면 광주 인구는 2017년 149만명을 정점으로 꺾이기 시작해 2044년 130만명 선이 무너진다. 광주시 관계자는 “신규 공급 대부분은 재건축·재개발 단지인 까닭에 사업 추진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향후 적정 공급량에 대한 체계적 분석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