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銀 비둘기파의 '저물가 경고'…"소비 위축되고 금리정책 무력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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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석 금통위원 간담회신인석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사진)이 18일 “저물가가 고착화될 경우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금리정책이 무력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서자 한은은 “유가 등 공급 요인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평가절하했지만 신 위원은 최근의 저물가 흐름이 불황을 촉발하는 대형 악재가 될지 모른다고 강조한 것이다. 사실상 디플레이션 가능성까지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기대인플레 하락 고착화 땐
경기침체 장기화될 위험성
"통화정책, 물가에 더 신경쓸 때"
신 위원은 이날 서울 세종대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소비자물가 하락이 기대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기대 물가상승률이 2013년 말 2.9%에서 올해 8월 현재 2.0%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신 위원은 지금처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대로 고착화하면 국내 경제도 적잖은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신 위원은 “기대 물가상승률이 계속 하락세를 이어가면 경제주체들의 소비심리를 위축시킬 위험이 있다”며 “가격 하락이 예상되면 (경제주체들은) 소비를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소비자와 생산자의 경제 심리가 더 얼어붙는 악순환이 이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신 위원의 물가에 대한 고민은 다른 금통위원에게서도 발견된다. 앞서 조동철 금통위원은 지난 5월 간담회에서 “장기간 이어지는 저물가 상황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디플레이션 발생 위험이 증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신 위원은 기대 물가상승률 하락이 통화정책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도 했다. 그는 “실질금리(명목금리-기대 물가상승률)가 하락하는 과정에서 기대 물가상승률이 과도하게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면 통화정책이 무력화된다”며 “경기 침체에 빠진 뒤에는 금리를 크게 낮추더라도 경제를 균형 상태로 돌리는 것이 곤란해진다”고 말했다.
신 위원은 이에 따라 물가 안정에 높은 가중치를 두고 한은의 통화정책 목표를 운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은의 정책 목표는 금융안정과 물가안정 두 가지다. 그는 “금통위가 가계부채로 대표되는 금융안정에 부여한 가중치가 다른 국가와 비교해 높았다”며 “한국 경제는 새로운 상황 인식이 필요한 시점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물가상승률이 한은 목표치인 2% 부근에서 안정될 것이라는 믿음을 경제주체에 전달하는 것이 통화정책 담당자의 책무”라고 했다.
신 위원은 조만간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밝혔다. 그는 “2016~2017년엔 기준금리가 지금보다 낮은 연 1.25%였다”며 “현재 기준금리(연 1.50%)는 금리정책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될 수준이 아니며 정책 여력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통위 내에서 대표적인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로 분류된다. 금리를 동결한 지난달 조 위원과 함께 ‘0.25%포인트 인하’ 소수 의견을 내기도 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