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거세지는 중진 물갈이론…영입인사 김수현은 "총선 불출마"(종합)

진영·박영선 이어 유은혜·김현미도 불출마설…당사자들은 우회적 부인
현역 의원 10여명 불출마 확정 혹은 검토…3선 이상 중진·86그룹은 '술렁'
더불어민주당에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중진 물갈이'를 위한 정지작업이 곳곳에서 감지되면서 당내가 술렁이고 있다. 당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가 현역 의원 대상 불출마 의사 확인에 나선 데 이어 의원 겸직 장관, 친문(친문재인) 인사들의 불출마설이 확산하면서 다선 중진의원들의 신경이 예민해지고 있는 분위기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1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선거를 앞두고 매번 '물갈이' 분위기가 조성되긴 하지만 이번에는 나이가 어느 정도 있는 3선 이상 의원들이 불출마 용퇴를 내리도록 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당내에서는 의원 겸직 장관 불출마설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이미 불출마 의사를 밝힌 데 이어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총선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의사를 이해찬 대표에게 전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나 유 부총리와 김 장관 모두 이를 부인했다.

유 부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불출마 보도는) 제게 확인하지 않고 한 것이다. 제 의사를 확인하는 과정이 없었다"며 "제가 반복적으로 말씀드려왔는데 지금 출마 여부를 결정해 이야기할 시기도 상황도 아니다.

거취 문제는 임명권자의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 측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김 장관의 출마 의지는 확고하지만 임명권자의 뜻을 따른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워크숍에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일정을 이유로 불참했다.
하지만 당의 입장은 미묘하게 달랐다.

이해식 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 "김 장관은 (불출마 의사를 전달한 것이) 맞는 것 같다.

(대표가 보고를 받은 것으로) 그렇게 알고 있다.

유 부총리 같은 경우 약간 변수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약 1시간 뒤 이해식·이재정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유 부총리와 김 장관이 불출마 의사를 이 대표에게 전했다는 내용의) 관련 기사는 사실무근"이라며 수습에 나섰다.

이재정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당에서 확인해준 분들도 근거를 가지고 한 것이 아니고 추측과 기대와 일각의 의견이 섞여 얘기를 주고받은 과정을 듣고 갑자기 기자가 질문을 하니 즉답을 하는 과정에서 확언한 것 같다"며 "오늘의 이야기는 해프닝"이라고 했다.

이처럼 당사자들과 충분히 조율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유 부총리와 김 장관의 불출마설이 불거진 배경에는 총선을 앞두고 두 사람을 교체할 경우 인사청문회 부담이 만만찮을 것이라는 우려와 이들의 지역구 상황 등이 복합적으로 고려됐다는 분석이 당내에서 나온다.

이런 분석에 이른바 '물갈이론'까지 맞물리면서 결국 유 부총리와 김 장관 본인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총선 출마가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왔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두 사람 모두 총선에 나오지 않는 쪽으로 정리가 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본인들이 불출마를 이야기할 타이밍은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공식 시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당사자들이 마음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당과 청와대가 나서서 불출마로 먼저 가닥을 잡아가는 것은 부당한 측면이 있다는 반발도 만만찮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유 부총리와 김 장관 모두 출마 의지가 강한 상황인데 불출마 가능성이 있다고 몰아가려는 것 같다"며 "자발적으로 그만두면 모르겠지만 시스템에 의해 (불출마를 강요)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설왕설래로 당내가 술렁이자 이해찬 대표는 워크숍 모두발언에서 "언론에 보도되는 이상한 뉴스가 있는데 흔들리지 말라. 아주 민주적으로, 객관적으로 총선까지 당을 잘 운영하겠다는 것을 다시 한번 약속드린다"며 진화하기도 했다.

그러나 '불출마 바람'은 계속되고 있다.

의원 겸직 장관뿐 아니라 친문 인사 중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백원우 부원장이 불출마를 공식화했으며, 애초 출마가 점쳐졌던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도 총선에 나가지 않기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현역 의원 중에는 당내 최다선인 이해찬 대표가 이미 불출마를 선언했고, 5선의 원혜영 의원이 불출마를 검토하고 있다.

초선 서형수 의원도 이미 총선 출마 의사가 없음을 밝힌 상태다.

비례대표 중에는 김성수·이철희·제윤경 의원 등이 불출마를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 불출마를 확정하거나 검토 중인 현역 의원만 10여명에 달한다.

지난 2016년 총선 공천에서 민주당의 '물갈이 비율'은 33.3%였다.

19대 의원 108명 중 36명이 공천을 받지 못했다.

당시 문재인 전 대표를 비롯해 노영민·최재성·김용익·홍종학 의원 등 5명은 불출마 선언을 했고, 10명은 공천 과정에서 '컷오프' 됐다.

또한 정밀심사 탈락자는 9명, 경선 탈락자는 11명, 전략지 결정에 공천배제 1명 등이었다.
내년 총선에서는 계파와 무관하게 중진을 중심으로 더욱 거센 물갈이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되면서 3선 이상 중진 의원들은 그야말로 '싱숭생숭'한 가을을 보내고 있다.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온 '86그룹'(1980년대 학번·1960년대생)도 마찬가지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당의 분위기 반전을 원하는 지도부 입장은 이해하지만 지금 현역 의원들이 나서서 안 나가겠다고 하기는 어렵다"며 "어느 지역이나 당원 모집을 했고 의원들이 중심이 돼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물갈이론에 난색을 표했다.

전날 지지자로부터 이 대표를 성토하는 문자메시지를 받은 것이 공개됐던 '86그룹' 대표인사 4선 송영길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우리 민주당은 원팀이고 내년 총선 또한 원팀으로 승리할 것"이라며 "이유야 어찌 됐든 제 부주의로 이런 내용이 보도돼 유감스럽다.

어제 이 대표 측에도 상황을 설명해 드리고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썼다.

민주당의 '물갈이'가 실제 이뤄진다면 이후 빈 자리를 채울 새 인물 영입 동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런 가운데 당이 TK(대구·경북) 공략을 위해 '전략공천 1호 인사'로 지목했던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지난달 개각에서 보건복지부 장관 입각이 유력하게 거론됐던 김 전 실장은 이해찬 대표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청와대의 개각 고려 대상에서 벗어난 것으로 알려졌으나, 고심 끝에 불출마를 결정했다.

김 전 실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으로부터 구미 또는 대구 지역 출마를 강하게 권유받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고심을 거듭했지만 제가 감당하기에는 어려운 일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정부의 성공에 무한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서 온 마음으로 도울 것"이라면서도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이지만, 깊은 고민을 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종 결정을 내린 것이기 때문에 바꿀 여지는 없다"고 총선 불출마 결심을 뒤집지 않을 것을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