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R&D에 1兆 쏟겠다더니…정부, 9년간 2000억만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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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타당성 조사서 대폭 수정치매 진단과 치료 기술 연구개발(R&D)을 위해 내년부터 10년간 1조1000억원을 투입하겠다던 정부 계획이 1년6개월 만에 5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치매국가책임제를 제대로 이끌기 위해서는 추가 R&D 예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文대통령 '치매국가책임제' 무색
보건복지부는 내년부터 2028년까지 9년간 치매 원인과 진단·예방·치료기술 R&D에 2000억원을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2017년 9월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치매국가책임제의 후속 대책이다.
R&D 예산은 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해 2월 발표한 1조1054억원에서 크게 줄었다. 당시 두 부처는 10년 뒤 치매예측시스템과 한국형 치매예방프로그램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치매 약물을 세 개 개발하고 돌봄 로봇도 개발하기로 했다. 치매 뇌 조직은행, 치매 질환 빅데이터도 구축할 계획이었다. 이렇게 되면 치매 발병이 5년 정도 늦어지고 환자 증가를 절반 정도로 줄일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 계획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예비타당성 조사 과정에서 1987억원(민간 293억원 포함)으로 대폭 수정됐다. KISTEP은 보고서를 통해 치매 신약 R&D 사업의 목표가 지나치게 과장됐다고 평가했다. 신약 개발에 14년 정도 걸리는데 10년 안에 약을 개발하겠다고 해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R&D 기획 과정에서 복지부와 과기정통부 간 협업이 부족했던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치매 치료제 개발을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필요한데 민간의 자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정부의 기술 개발 의지가 중요하다”고 했다.규제도 걸림돌이 됐다. 치매환자 의무기록(EMR) 등을 한곳에 모은 빅데이터 구축은 개인정보보호법에 막혀 현실화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치매를 앓다 사망한 환자의 조직 등을 한곳에 모아두는 치매 뇌 조직은행도 시체해부법에 막혀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확보한 예산으로 계획된 연구를 하고 추가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