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대접 받는 주물기업들의 눈물…"밀양처럼 공장 옮길 기회 달라"

이전 좌절된 경인주물단지

"악취 등 민원에 '애물단지' 취급
설비 개선됐는데도 여전히 기피
과거 시선으로 보지 않았으면…"
충남 예산으로의 이전이 좌절된 인천 경인주물단지의 분위기는 침체돼 있다. 공단 규정 변경으로 주물기업들은 2007년부터 신규 설비 투자가 막혔다. 주변의 땅을 매입하거나 공단 내 다른 주물공장을 사들이더라도 새로 주물 설비를 들여놔서는 안 된다. 인천 서구에는 경인주물단지를 전담하는 환경감시단이 조직돼 활동하고 있다. 인근에 청라국제도시가 들어서며 각종 민원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한 주물기업 임원은 “예산 이전이 무산된 이후에도 인천에서는 우리가 빨리 사라지기만 기다리고 있다”며 “여기서 40년 가까이 조업해온 기업들에 활로는 열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설비 개선 등을 통해 주물기업들도 충분히 높은 수준의 주변 환경을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문병문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 연구원은 “설비가 꾸준히 개선되고 있는 데다 공정에 사용되는 화학제품도 악취가 적은 것으로 바뀌고 있다”며 “주변의 민원을 감안해 기업들도 설비 개선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1990년대만 해도 전체 설비투자의 10% 정도였던 주물공장의 환경 정화 관련 설비 비중이 최근에는 30% 이상까지 높아졌다.

주물기업들은 여건만 보장되면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경남 진해에서 밀양으로 이전하는 팔미금속의 이언수 부사장은 “중국에도 공장이 있는데 주물 1㎏의 생산단가가 1800원으로 한국의 1650원보다 비싸다”며 “끊임없는 생산성 향상을 통해 중국보다 높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주물산업”이라고 말했다. 문 연구원도 “국내 주물 생산량의 절반이 자동차 부품으로 들어갈 정도로 산업 전반이 고도화돼 있다”고 설명했다.기업들은 과거 시선으로 주물산업을 바라보지 말아줄 것을 당부했다. 이 부사장은 “밀양으로 옮기면서 최신 설비를 갖추게 될 텐데 여성들도 일할 수 있는 작업 환경이 된다”며 “이전 확장 등에 발목이 잡히지 않고 투자할 기회만 보장되면 중국 및 일본 기업들과 싸워 이길 수 있다”고 자신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