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중진들 향해 "신뢰 못받는 분들 아닌가" 뼈있는 농담(종합2보)

국회혁신특위·중진의원 연석회의…'노는 국회' 페널티 도입 등 고강도 혁신안 봇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당 중진들 앞에서 "여기 계신 분들도 다 신뢰받지 못하는 분들"이라며 뼈있는 농담을 던졌다. 민주당이 이날 오전 국회에서 개최한 국회혁신특별위원회·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다.

이 대표의 발언은 내년 총선을 7개월가량 앞두고 당내에서 '중진 물갈이론'이 거세게 일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을 받았다.

이 대표는 비공개 회의 전 모두발언에서 "(여론조사에서) 국회 신뢰도가 2.4%로 거의 꼴찌에 가깝다"며 "(전체 의원) 300명 중에서 6∼7명 정도만 신뢰를 받고 나머지는 다 신뢰를 못 받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기 계신 분들도 다 신뢰받지 못하는 분들 아닌가 한다"고 농담하면서 웃었다.

이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 4선 이상 중진 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회의에서는 여야 간 갈등으로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국회의 현주소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쏟아졌다.

회의는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한 입법 방향을 공유하고 혁신 방안을 모색하고자 소집됐다. 20대 국회는 지난 4월 선거제 개혁안 및 사법개혁 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국면에서 '동물국회'를 재연하는가 하면 저조한 법안 처리율 등으로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쓴 상태다.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둘러싼 여야의 첨예한 대치로 마지막 정기국회마저 초반 파행을 거듭했다.

특위 위원장인 박주민 최고위원은 비공개 회의에서 ▲ 상시국회화와 상임위 의사일정 결정 및 안건 처리의 시스템화 ▲ 국회의원 불출석에 대한 페널티와 징계 신설 ▲ 국민의 입법과정 참여 제도 신설 ▲ 국민소환제 도입·윤리특위 상설화·국회의원 윤리 의무 강화 등 그동안 특위에서 논의한 내용을 설명했다.
중진 의원들은 '노는 국회'에 대한 쓴소리를 쏟아내며 저마다의 해법을 제시했다.

강창일 의원은 "국민이 여의도 국회를 탄핵하지 않을까 심히 걱정된다"고 말했고, 이상민 의원은 "국민이 국회에 대해 요구하는 것은 개선 정도가 아니라 해체를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부겸 의원은 "요즘 정치가 실종되고 사법화하고 있다.

국회에서 일어난 일을 갖고 검찰로, 법원으로 뛰어가는 못난 모습을 보인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어 "우리는 집권여당으로 무한 책임을 진다"며 "야당이 그동안 한 행태를 보면 분명히 질타받아 마땅하다.

부끄럽게도 우리도 야당일 때 그런 자세로 투쟁해왔기 때문에 어느 순간 국회가 제 기능을 못 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석현 의원은 "국회가 일하지 않고 노는 것에 국민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며 "일을 안 하면 페널티가 뒤따른다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 늦었지만 우리의 책무"라고 밝혔다.

원혜영 의원은 "그동안 의정활동 중 제일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국회선진화법인데 면이 안 선다"며 "선진화법으로 몸싸움은 없어졌지만 일하는 국회를 만드는 것에는 실패한 법이라 평가된다"며 개정 필요성을 피력했다.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 필요성을 제기하는 의원들도 있었다.

박병석 의원은 "인사청문회법을 고쳐야 한다"며 "도덕성 비공개, 정책 공개로 검증하는 것으로 고쳐야만 적재적소에 인재를 구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상민 의원은 "법제사법위원회 등 어떤 상임위원회가 기능을 제대로 못 하면 전원 교체하는 재구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진의원들은 또 국회 불출석에 대한 벌칙, 국회 마비 시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발의·표결제도, 국회 해산제 부활, 총 소요기일 330일인 패스트트랙 처리 기간 축소, 법사위 체계 자구심사권 개선 등을 제안했다. 특히 일을 안 하는 의원에 대해 급여 감액을 포함해 불이익을 주는 방안 등 기존 특위 논의 결과보다 강력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