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총리 '회견 패싱' 논란 점입가경…"의도적인 존슨 모욕"

주영 美대사 "영국이 왜 EU 탈퇴하려는지 잘 보여준 사건"
단독 회견 강행 룩셈부르크 총리 "망신줄 생각 없었다" 해명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혼란 속에 지난 16일(이하 현지시간) 룩셈부르크를 방문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공동 기자회견에 일방적 불참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영국 주재 미국 대사, 나이절 패라지 영국 브렉시트 당 대표는 존슨 총리의 기자회견 불참이 그자비에 베텔 룩셈부르크 총리의 의도된 상황 조성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런 지적에 베텔 총리가 반박하는 등 존슨 총리의 '회견 패싱'을 둘러싼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18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우디 존슨 주영 미국 대사는 전날 런던의 유서 깊은 사교 모임인 칼튼 클럽 연설에서 "베텔 총리가 존슨을 그런 식으로 대접한 것은 영국이 왜 EU를 가장 먼저 떠나려 하는지를 잘 보여줬다"고 말했다.사흘 전 룩셈부르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자비에르 베텔 룩셈부르크 총리가 일방적인 회견 취소로 텅 빈 존슨 총리의 연설대를 옆에 두고 홀로 단상에 오르는 국제 외교에 있어 극히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된 바 있다.

벨기에 국기와 영국 국기 유니언 잭이 나란히 설치된 단상 앞에 선 베텔 총리는 브렉시트 전개가 '악몽'이 됐다며 자리에 없는 존슨 총리를 맹비난했다.

존슨 총리는 소음을 핑계로 총리실 밖 광장으로 잡힌 기자회견장을 실내로 옮겨달라는 자신의 요구가 거절당하자 룩셈부르크 주재 영국 대사관저에서 따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당시 총리실 밖에서는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확성기를 동원해 구호를 외치고 음악을 트는 등 소란스러운 집회를 진행하고 있었다.

EU 관계자들과 영국 내 브렉시트 반대파들은 이날 공동 기자회견이 무산된 것과 관련, 존슨 총리가 브렉시트 반대파의 시위에 겁을 먹고 줄행랑을 쳤다고 지적하며, 그를 '겁쟁이'라고 마음껏 조롱했다.

그러나 존슨 주영 미국대사는 "위대한 제국을 건설하고 나치를 물리쳤으며, 인류의 진보에 그토록 기여한 사람들이 나라를 어떻게 이끌어갈지에 대해 EU를 포함한 다른 어떤 누구로부터도 훈계를 들을 필요가 없다"며 존슨 총리를 옹호했다.그는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영국이 EU와 결별한 뒤 서둘러 무역협정을 체결하고 싶어한다며 "영국이 (EU를) 나오는 순간, 미국이 (영국을 향해)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의 대표적 극우 정치인인 패라지 브렉시트 당 대표도 18일 유럽의회에서 베텔 총리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볼품없는 사람'(pipsqueak)인 베텔 총리가 경악할 방식으로 영국 총리를 모욕했으며, 이는 의도된 것"이라며 "베텔 총리는 엘리제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영웅'이라는 칭찬을 듣기 위해 이런 행동을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베텔 총리는 존슨 총리와 회동한 다음 날 파리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베텔 총리는 단독 기자회견을 진행한 것은 존슨 총리를 모욕하려는 의도가 결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BBC에 존슨 총리의 자리를 비워둔 채 영국 국기를 배경으로 홀로 기자회견을 한 것은 일각에서 지적하듯 음모나, 미리 계획된 것이 전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140여 명의 등록 기자들을 수용할 만한 공간이 내부에 없었기 때문에 당초 예정대로 실외 기자회견을 할 수밖에 없음을 존슨 총리에게 설명했다"고 해명했다.그는 만약 당시 존슨 총리의 단상이나, 영국 국기를 치웠다면 언론이 그 장면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할 것 같아 그대로 회견을 강행했고, 그 자리에서 브렉시트와 관련해 미리 하려고 했던 발언을 한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