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툴러도 괜찮아요" 내가 할아버지 유튜버를 사랑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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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병수, 박일환, 강철진 등 실버 크리에이터# "Life is Beautiful"을 외치는 할아버지가 있다. '전국노래자랑'서 손담비의 '미쳤어'를 불러 화제를 낳았던 지병수(73)씨다. '할담비(할아버지+손담비)'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그는 실버유튜브 크리에이터로 변신했다.
푸근함 등 특유의 분위기로 '2030' 사로잡아
'할담비 지병수 Korean Grandpa's crazy K-pop'의 9월 구독자는 1만2700명이다. 청년시절 사진을 공개한 콘텐츠 조회수만 19만회를 웃돈다. '할친소', '먹방', '브이로그' 등 넓은 일상콘텐츠를 담고있다. 할담비의 인기도 갈수록 높아져 콘텐츠 조회수 1만명대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지병수 할아버지는 인기에 힘입어 광고에도 진출했다. '롯데 홈쇼핑' 등 커머스 시장 CF에 얼굴을 내비췄다. tvN 호구들의 감빵생활, 유퀴즈온더블록 등 예능시장에서도 러브콜을 받고 있다.박일환 할아버지는 2006~2012년 대법관을 지냈으며 법무법인 바른 고문변호사다.
그는 '차산선생 법률상식' 채널을 운영하며 법적 분쟁, 대법원 판례 등 전문 법률상식을 설명한다. 정갈하게 빗은 머리와 큰 안경을 쓴 그는 특유의 침착함으로 보는 이들 마음마저 편한하게 만든다. 이로 인해 '댓글청정'유튜버라는 닉네임도 얻었다.
강철진 할아버지는 젊은이들 못지않은 몸매로 운동정보를 전한다. 그의 주 콘텐츠는 '헬스전략'으로 보디빌딩 대회 전날의 일상부터 PT상식까지 폭 넓은 운동 콘텐츠를 제공한다.푸근한 인상과 대비되는 성난 근육은 강 할아버지의 트레이드마크다. '건강100세! 즐거운 삶!'을 모토로 실버 유튜버로 제 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이들의 도전에 손자 손녀뻘의 시청자들도 열렬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들 영상에는 "나이와 상관없이 늘 새로운 도전을 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면서 "꾸준한 콘텐츠를 보여달라"는 댓글이 쇄도하고 있다.
또 "조금 서툴러도 괜찮아요", "만나볼 수 있어서 감사하다", "친할아버지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이 행복해진다" 등의 응원 댓글도 이어지고 있다. 젊은 세대가 할아버지 유튜버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학원생 김상연(29) 씨는 “특유의 서투름이 마음을 저격했다”면서 “새로운 도전을 하는 모습을 보니 오히려 내가 자극이 된다. ’열정’이란 두 글자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할아버지 유튜버들이 흥했으면 좋겠다”면서 “광고가 붙더라도 응원의 의미로 스킵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직장인 조미은(32) 씨는 “되려 순수하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젊은 유튜버들이 돈을 벌려고 하는 상업적인 콘텐츠의 느낌이아니라, 순수하게 도전한다는 느낌이 들어 편하게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취준생 정선윤(28)씨는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생각이 날때마다 채널에 들린다”면서 “젊은시절 못다이룬 꿈을 꾸시는 것 같아 응원하고 싶다”고 격려의 목소리를 보탰다. 해외의 경우 남성 실버크리에이터들은 한발 앞서 주목받았다. 인도의 나라야나 레디(Narayana Reddy·73)씨의 '그랜드파 키친(Grandpa Kitchen)'은 누적 조회수만 5억9255만0627회에 달한다. 할아버지 유튜버의 시초격인 찰스 그린 할아버지는 구독자 400만명을 끌어모아 눈길을 끌었다.
업계 관계자들 또한 남성 실버 크리에이터들의 도약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젊은 콘텐츠 크리에이터에 뒤지지 않는 콘텐츠를 제공하는데다 특유의 '푸근'한 인상까지 더해져 시청자들을 끌어모았다는 평가다.
1인 크리에이터의 대명사인 대도서관(나동현)은 "세대차이가 단점이아니라 젊은 세대한테 신선하게 보일 수 있다"며 "실버 세대 특유의 독특한 감성이 시선을 끈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 세대와 소통하는 이미지를 확대한다면 더욱 인기를 끌 것이다"고 예측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상브이로그, 체험기 등 유형은 비슷하지만 다른 나이대에서 풍겨나오는 매력이 시청층을 유인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호불호 없이 다가오는 친근함도 하나의 매력요소"라고 말했다.유튜브의 주력 소비자인 2030 세대가 이들을 힐링 콘텐츠로 소비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할아버지의 도전'이라는 콘텐츠가 어린 시청자들의 마음을 공략한 것"이라며 "특유의 푸근한 이미지가 힐링콘텐츠로 소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은동 한경닷컴 인턴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