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름은] '아저씨 담배' 에쎄…원래는 '아가씨' 여성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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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주 기자의 [너의 이름은]지난 18일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KT&G는 2000년 이후 올해 2분기까지 78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률도 35.5%에 달해 KT&G는 국내 불경기와 무관하게 20년간 '알짜배기' 경영을 했다.
▽ '해외 담배' 경쟁 KT&G 대표 제품 '에쎄'
▽ 첫 타겟층 젊은 여성…오히려 중년 남성 선호
▽ 브랜드 뜻 '아가씨들' → 영단어 'Essence' 변경
▽ 세계 초슬림 담배 시장 1위에 오르며 담배 한류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본격적인 국내 담배시장이 개방되면서 해외 담배들이 국내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위기감을 느낀 KT&G는 자체 브랜드실을 만들고 제품력 강화를 위해 R&D 조직을 키웠다. 이때 탄생한 브랜드가 KT&G의 대표 제품인 '에쎄(ESSE)'다.1996년 11월 출시된 에쎄는 이탈리아어로 '아가씨들'을 의미했다. 당시 타겟층을 젊은 여성으로 정하면서 그에 맞는 이름이 필요했고 콘셉트도 '얇고 자극이 적으면서도 부드럽고 순한 새 담배'로 확립했다.
하지만 KT&G의 의도와는 달리 에쎄는 시간이 지날수록 중년 남성들이 선호하는 담배로 자리 잡았다. 업계에서는 타겟층 공략이 실패한 것으로 봤다. 맨 처음 에쎄가 시장에 나왔을 때만 하더라도 20세 이상 여성 흡연인구는 5%가 안 됐다. 일단 에쎄를 자리 잡게 할 시장 규모 자체가 적었고 그나마 있었던 흡연 여성들도 당당하게 담배를 피우는 게 쉽지 않았다.
여성 흡연율도 시간이 갈수록 떨어졌다. 1985년 7.8%였던 여성 흡연율은 1999년 4.4%까지 줄었다. 특히 50대 이상 여성 연령층의 흡연율 추락이 두드러졌다. 50대 이상 여성 흡연율은 1985년 16.4%에서 2000년 0.8%로, 60대 이상 여성의 흡연율은 32.5%에서 1.9%로 뚝 떨어졌다. 물론 20대는 1.3%에서 5.8%로 늘긴 했지만 고령층에서 감소한 여성 흡연율을 상쇄하기 역부족이었다.그때 한국에 IMF 외환위기가 닥쳤다. 기존 남성 흡연가들은 우울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건강이라도 지켜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마침 에쎄가 기존 담배보다는 건강에 덜 해롭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었던 것이 반전의 계기가 됐다.
KT&G도 전략을 바꿨다. 젊은 여성을 뒤로 하고 저타르 담배 이미지를 부각해 본격적으로 남성 소비자를 공략했다. 시장 반응이 심상치 않자 KT&G는 에쎄를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을 느끼고 2001년 브랜드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우선 에쎄의 주요 목표 고객을 20~30대 여성 및 전문직 종사자들에서 사회적으로 안정적인 지위를 갖고 있는 35~45세 남성들을 새롭게 정의했다. 시장 점유율도 11%까지 끌어올렸다.
이름 뜻도 기존 '아가씨들'에서 삶의 본질(本質), 정수(精髓), 진수(眞髓)를 의미하는 영단어 'Essence'의 약자로 바꿨다. 그러면서 제품 라인업도 강화했다. 2002년부터 에쎄는 브랜드 확장을 꾀하면서 타르 함량을 낮춘 '에쎄 라이트(Lights)·원(One)·필드(Field)'를 차례로 선보였고 2006년에는 대나무 참숯 필터 기술을 적용한 '에쎄순'을 출시했다. 또한 고급 제품으로 '에쎄 스페셜 골드', '에쎄 골든리프'도 내놨다.에쎄의 변신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최근 전자담배의 확산으로 냄새가 나지 않는 담배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가 높아졌다는 점에 착안해 지난 4월 냄새 저감 기능이 적용된 '에쎄 체인지 히말라야(ESSE CHANGE HIMALAYA)'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최근 몇 년간 나온 신제품 중 가장 눈에 띄는 판매량을 올리고 있다. 하루 평균 12만갑 이상 판매되며 다른 일반 담배 브랜드보다 3배 이상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에쎄는 2004년부터 지난 15년 동안 국내 담배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지켜왔고 현재 국내 담배 시장점유율 26%, 국내 초슬림 시장의 약 85%를 점유하고 있다.
에쎄는 국내에서는 물론 해외 시장에서도 브랜드 위상을 높이고 있다. 프랑스, 이탈리아 등 세계 50여 개국에 수출되고 있고 특히 초슬림(Superslim) 담배 카테고리에서는 세계 판매 1위를 기록 중이다.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