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혈관질환 예방' 아스피린 만병통치약?…고령일수록 출혈 위험 높아져 복용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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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 경희대병원 교수심장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저용량 아스피린을 꾸준히 복용하는 사람이 많다. 건강한 사람도 아스피린을 먹으면 심혈관질환 위험을 낮춰준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김원 경희대병원 심장혈관센터 교수(사진)는 “아스피린 복용이 뇌졸중뿐 아니라 심근경색을 급격히 감소시킨다는 1998년 연구결과로 광범위하게 1, 2차 예방에 많이 활용되고 있다”며 “하지만 아스피린이 심뇌혈관질환이 없는 사람에게도 예방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있다”고 했다.
위장관 출혈 위험 60%
뇌출혈 위험도 33% 증가
"건강할 때 복용해선 안돼 "
심근경색증 뇌졸중 등은 대표적인 심뇌혈관질환이다. 이런 질환을 한번 앓은 적이 있는 환자는 재발을 막기 위해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게 좋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의사의 권고를 따랐을 때다. 여러 연구 결과를 토대로 보면 아스피린은 혈소판 작용을 억제해 출혈 부작용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2009년에는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것이 뇌출혈 위험을 32%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50~160㎎의 저용량 아스피린을 계속 복용하면 위장관 출혈 위험이 59%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질병예방특별위원회(USPSTF)의 연구도 이를 뒷받침한다. 2016년 USPSTF는 아스피린을 복용하면 심근경색증 위험이 22% 줄어들고 사망률이 6% 낮아지지만 주요 위장관 출혈 위험은 59% 높아지고 뇌출혈 위험도 33% 증가한다고 발표했다. 누구나 쉽게 복용할 만한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의미다.아스피린을 꾸준히 복용하는 사람들 중에는 손·발에 멍이 쉽게 드는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람이 종종 있다. 속쓰림 등 위장 불량 증상도 흔하다. 치아를 뽑거나 내시경 등의 시술을 할 때는 출혈 위험이 높아 아스피린 복용을 중단하기도 한다. 대개 이런 출혈 위험은 나이가 많아질수록 높아진다. 김 교수는 “고령일수록 심뇌혈관 질환 발생 위험과 함께 출혈 위험도 증가한다”며 “아스피린을 신중히 복용해야 한다”고 했다.
아스피린 복용에 대한 논란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대규모 연구도 많이 이뤄졌다. 1만5480명의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ASCEND)에서는 매일 100㎎의 아스피린을 복용한 사람이 주요 심혈관 질환은 12% 감소했지만 출혈은 2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는 아스피린이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됐다. 심혈관 질환 위험이 높은 환자 1만2546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ARRIVE)에서는 매일 100㎎ 아스피린을 복용했을 때 출혈 위험만 두 배 증가했다. 70세 이상 건강한 노인 1만9114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ASPREE)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심혈관 질환은 감소하지 않았지만 출혈은 38%나 증가했다. 김 교수는 “저용량 아스피린은 심근경색증, 뇌졸중 등을 유의미하게 감소시키지 못한 반면 출혈을 증가시킨다고 보고되고 있기 때문에 아스피린에 대한 무조건적인 맹신은 금물”이라고 했다.
올해 3월 미국 심장병학회도 이에 관한 진료 지침을 내놨다. 심혈관 질환 고위험군 중 출혈 위험이 낮은 40~70세 성인만 선별적으로 아스피린을 복용하라고 권장했다. 김 교수는 “건강한 성인이 아스피린을 복용하면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며 “동양인은 서양인보다 출혈 위험이 더 높다고 알려졌기 때문에 아스피린 복용에 앞서 전문 의료진과 꼭 상담해야 한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