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인공지능 데이터 처리 속도 두배 이상 단축

공유 기억장치 '메모리 박스'

딥러닝 분산학습 때
통신 병목현상 줄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딥러닝 분산학습에 최적화된 고속처리 기술을 자체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딥러닝은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의 한 유형이다. 인간의 뇌를 모방한 인공신경망(ANN) 기반 기계학습으로, 컴퓨터가 사람처럼 생각하고 배울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딥러닝 과정에서 대량의 데이터를 빨리 처리하기 위해 여러 컴퓨터를 연결하는 ‘분산 학습’ 기술이 쓰인다. 이 과정에서 학습속도가 느려지는 경우가 많았다. 데이터 통신 병목현상 때문이다.ETRI 인공지능연구소 최완 책임연구원팀은 공유 기억장치 ‘메모리 박스’를 개발해 분산 학습이 이뤄질 때 발생하는 통신 병목현상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8개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통해 1000가지 이미지 128만 장을 분류하는 기계학습을 1만 번 반복 시행한 결과 7분31초 만에 학습 결과를 내놨다. 기존 서버 방식으로 걸렸던 학습시간 16분23초보다 두 배 이상 빨라졌다.

ETRI는 개발자들이 딥러닝 연구를 쉽게 할 수 있게 AI 컴퓨팅 환경을 제공하는 ‘딥러닝 대시보드’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텐서플로, 카페프레임워크 등 AI 개발에 주로 쓰이는 그래픽작업환경(GUI) 도구를 지원한다. 컴퓨팅 환경이 좋지 않은 중소기업, 학교,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등에서 활용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현재 AI를 연구하는 국내 기업과 기관 등은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에서 제공하는 클라우드 시스템 서버를 이용하거나 자체 비용을 들여 서버를 구축하고 있다.최완 책임연구원은 “글로벌 기업이 독식하고 있는 AI 컴퓨팅 인프라 시장을 우리 기술로 대체하기 위한 시도”라고 말했다.

이 기술은 이달 초 독일에서 열린 국제가전전시회 ‘IFA 2019’에서도 소개됐다. 두 개의 중소기업이 기술을 이전받았으며 내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대규모 딥러닝 고속처리를 위한 하이퍼포먼스컴퓨팅(HPC) 시스템 개발’ 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