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말 감성'에 Go Go!…'온라인 탑골공원'에서는 오늘도 뉴트로에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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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본 것 같은데 새롭다"최근 젊은 세대들이 '세기말 감성'에 젖어있다. 이른바 '온라인 탑골공원'에 모여 유아기 시절 유행했던 노래를 즐기고, 학창시절 사랑했던 '옛 오빠'를 만나러 가기 위해 '피켓팅'(피 튀기는 티켓팅)에 뛰어 든다.
90년대 말 콘텐츠로 재미 붙인 1020
학창시절 애정한 아이돌 콘서트 가는 30대
90년대 문화에 빠진 젊은 세대들
SBS는 지난달 6일부터 1990년대부터 방영된 '인기가요' 무대를 24시간 라이브 스트리밍 해주는 'K-POP Classic' 유튜브 방송을 시작했다. 이 채널은 흘러간 문화를 즐기기 위해 모이는 곳이라는 뜻으로 넷상에선 '온라인 탑골공원'이라 불린다.온라인 탑골공원의 인기는 대단했다. 한때 동시 접속자 수가 5만 명을 넘기도 했다. 서비스 시작 후 한 달이 지났지만 평일 오전 시간대에도 2000~3000명 대의 시청자 수를 유지한다.
네티즌들은 댓글창에 옹기종기 모여 저 가수 요즘 뭐하고 산다는 감상 등을 나눴다. 이 채널에서 박미경은 '구한말 청하'로, 지오디는 영화 '범죄도시'의 장첸으로 멤버 윤계상을 기억하는 이들이 더 많은 탓에 '장첸 소년단'으로 불린다.
SBS에 이어 KBS는 '가요톱텐', MBC는 '음악캠프'를 유튜브로 재가공해 선보이고 있다. 이같은 채널을 통해 집중 조명 받은 이는 가수 양준일이다. 1990년대 초반 '가나다라마바사', ''레베카' 등으로 활동했으나 당시엔 큰 반향을 얻지 못했다. 시대가 지난 지금 그는 '90년대 G드래곤'이라는 닉네임을 얻게 됐다.
'온라인 탑골공원' 시청 경험이 있는 오주은(27)씨는 어릴 적 시청했던 음악방송을 다시 보며 추억여행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생각없이 어렸을 때 들었던 노래들의 향연에 빠져들어 즐거운 분위기에 취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오프라인에서 '오빠들'을 지원사격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30대 K 씨는 고등학생 시절 이후 16년 만에 오빠들의 콘서트를 보러 간다. K 씨의 '오빠'는 바로 H.O.T.다.
H.O.T.는 지난 20일부터 사흘간 '2019 High-five of Teenagers'라는 타이틀로 공연한다. 지난해 잠실 주경기장에서 재결합 단독 콘서트를 연 후 약 1년 만이다.
앞서 콘서트에 이어 이번에도 7분 만에 전 좌석을 매진시켰을 정도로 돌아온 오빠들의 '티켓파워'는 확실했다.K 씨가 공연을 찾는 이유는 '추억' 때문이다. 최근 불거진 강타의 열애설 이슈를 언급하며 "스캔들이 없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고 진심어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노래가 너무 좋고 노래를 잘 불러서 가는 것보다 추억을 먹으러 가는 거 같다"며 "십 대로 돌아가는 기분이고, 고등학교 시절의 열정을 다바친 오빠를 보러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빛나기만 했던 1세대 아이돌들이 세월이 지나며 변하는 모습에 자신을 비춰보는 이들도 있다.
핑클은 2002년 이후 멤버들 모두 솔로 활동을 이어오다 JTBC 프로그램 '캠핑클럽'을 통해 다시 뭉쳤다. 20대 H씨는 "핑클 멤버들끼리 서로 몰랐던 점과 오해를 푸는 장면들이 우리 삶과 별로 다르지 않다고 느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레트로(retro)'는 과거를 회상한다. '뉴트로'(New+Retro)는 경험해보지 못한 과거 문화를 소비하며 즐거움을 느낀다. 1990년대 음악 콘텐츠는 요즘 세대에게 신선한 매력으로 다가왔고, 현재 활동하는 연예인들의 과거를 '재발견' 할 수 있기에 흥미를 자극한다. 그러나 과거만을 불러온다고 해서 '새롭다'고 느낄리 만무하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한때는 '추억팔이'로 치부되던 레트로는 '뉴트로'라는 이름으로 전세계 곳곳에서 소비되고 있다"라며 "현 시점의 시대적 감각이 재조합된 콘텐츠가 각광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민지 한경닷컴 인턴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