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도 내달 주52시간제 본격 적용…준비 부족에 '혼란'

KDI·조세연·노동연 등 경인사연 산하 20여개 기관, 노사 합의 못해
"'정부 싱크탱크' 업무 특성에 맞나" 역량 저하 우려

정책팀 = 다음달부터 국책 연구기관들도 주 52시간제가 본격적으로 적용된다.하지만 전면 시행을 불과 열흘 앞두고 대부분이 노사 협의에 진통을 겪으며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책 연구기관에 주 52시간제를 도입하는 것이 연구 수행이라는 업무 특성에 맞지 않는 데다 인력 충원 계획도 마련돼 있지 않아 주 52시간제 시행이 '정부 싱크탱크'의 역량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정부와 경제·인문사회연구회(경인사연) 등에 따르면 한국개발연구원(KDI), 한국조세재정연구원, 한국노동연구원, 한국행정연구원, 한국교육개발연구원 등 경인사연 산하 26개 기관에 대해 시행된 주52시간제의 계도 기간이 이달 말로 끝난다.다음달부터 제도 위반 시 기업에 대한 처벌 절차가 진행되는 만큼 주 52시간제가 본격 시행되는 셈이다.

국책 연구기관들도 올 7월 1일부로 주 52시간제 시행 대상에 포함됐으나 특례 제외 업종으로 3개월의 계도 기간이 주어지면서 제도 적용이 사실상 미뤄졌다.

제도의 본격 시행이 코앞에 닥쳤지만 3~4곳을 제외한 나머지 국책 연구기관은 준비가 미비한 상황이다.이달 말까지 유연근무제를 둘러싼 노사간 합의가 되지 않으면 주 52시간제의 본격 적용 이후 각 기관에서 큰 혼선이 빚어지는 게 불가피해 보인다.

성일종 자유한국당 의원이 경인사연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행정연구원, 한국형사정책연구원, KDI 국제정책대학원 단 3곳만 주 52시간제 도입 관련 노사 합의와 규정 개정을 마쳤다.

한국법제연구원은 노사 합의만 마친 상태다.KDI, 조세재정연구원, 노동연구원, 보건사회연구원, 국토연구원, 통일연구원 등을 비롯한 23개 기관은 아직 노사 합의와 내부 규정 개정을 하지 못했다.

각 기관은 주 52시간제 안착을 위한 대책으로 노사가 탄력근로제를 비롯한 유연근로제 도입을 협의 중이나, 대다수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각 기관이 검토하는 유연근무제의 유형을 보면, 26개 기관 중에서 '탄력 근로제'를 검토하는 곳은 한 곳도 없었다.

반면, 국토연구원, 교통연구원, 조세재정연구원, 환경정책평가연구원 등 8곳은 '선택근로제'를 검토 중이고 형사정책연구원은 이미 도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출퇴근 시차제는 3곳을 제외한 23개 기관에서 도입을 검토하거나 이미 도입했다.

또한, 보상휴가제와 주 5일 근무, 하루 8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근무 시간을 자율 조정하는 '근로·근무시간 선택형', 스마트 위크 근무제도 다수 기관이 병행해서 운용하려 하고 있다.

연구기관 안팎에서는 주 52시간제를 정부 싱크탱크에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례로 정부 부처에 중요 현안에 대해 자문을 하거나 예비타당성 조사, 연구 용역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주 52시간제가 업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한 연구기관 관계자는 "연구개발이 제조업이 아니지 않나"라며 "근무 시간을 정확히 측정하는 게 가능한 일이겠나"라고 했다.

다른 연구기관 관계자는 "주 52시간제가 연구기관 특성에 썩 맞지 않지만, 정부 시책이라 따라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인력 충원 계획도 현재로선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인사연은 노동연구원을 통해 정부 산하 연구기관 특성에 맞는 주 52시간제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며, 이달 말 결과가 나오면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정부 부처에 건의할 것으로 알려졌다.성일종 의원은 "주 52시간제 도입 취지가 근로시간 단축과 일자리 창출인데 국책연구기관에 주 52시간제가 일률적으로 적용되면 제도의 목적 달성도 불가능한 데다 세금 낭비와 효율성 저하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