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외국인은 게임아이템 판매금지' 규정, 평등권 침해"

해당 사이트 "불법환전·자금세탁 예방목적" 해명에 "합리적 이유없는 차별" 판단
외국인은 게임 아이템을 구매만 할 수 있고 판매는 하지 못하게 한 아이템 거래 사이트의 규정을 국가인권위원회가 '평등권 침해'라고 판단했다.22일 인권위에 따르면 한국에 거주하는 미국인 A씨는 한 게임 아이템 거래 사이트에서 아이템을 판매하려 했지만, 해당 사이트는 '내부 정책상 외국인 회원은 구매만 가능하다'며 판매를 제한했다.

A씨는 외국인 차별이라며 해당 사이트를 인권위에 진정했다.

해당 사이트는 "외국인이 게임 아이템 현금거래를 통해 불법 환전이나 자금세탁 등 불법행위를 하면 피해 회복이나 피해자 구제가 어려워 예방조치가 필요했다"며 "거래명세서를 국세청에 내야 하는데, 외국인 회원의 개인정보는 진위를 확인하기 어려운 점도 있어 판매를 제한했다"고 해명했다.사이트 측은 "외국인 회원은 판매가 불가능하다고 처음부터 누구나 알기 쉬운 방법으로 고지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불법 환전과 자금세탁 예방을 위해 외국인의 아이템 판매를 제한했다고 하지만, 내국인과 외국인 간 어떤 차이가 있어서 외국인만 특별히 이런 예방을 해야 하는지 명확히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며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개인정보 진위 확인 역시 내국인이라고 특별한 절차가 더 있는 것도 아니어서 외국인을 이같이 차별할 이유가 없다고 인권위는 지적했다.인권위 확인 결과 다른 아이템 거래 사이트는 외국인 등록번호 인증시스템을 도입해 외국인도 판매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인권위는 해당 사이트 규정이 합리적 이유 없이 외국인에게 불리한 대우를 하는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에 해당한다며 "외국인이 차별 없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하라"고 권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