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건국 70주년 중국, 어디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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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개방, 시장개혁 추구하되1949년 10월 1일, 마오쩌둥 중국 공산당 주석은 “중국 인민이 일어섰다”고 역설하며 인민정부 수립을 선언했다. 마오쩌둥은 산업화된 현대 사회주의 국가 건설에 착수했다. 신(新)중국의 ‘첫 번째 혁명’이었다. 토지개혁, 신결혼법, 삼반오반운동(三反五反運動)으로 새로운 사회의 틀을 마련했다. 1957년까지 농업 집단화와 산업 국가통제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1958년 “15년 내 영국을 따라잡자”는 일념으로 대약진운동에 들어갔다. 74만 개 농업합작사를 2만6000개 인민공사로 개편했다. 인간의 의지, 열정, 헌신으로 선진국을 따라잡겠다는 승부수는 대재앙으로 끝났다. 1959~1961년 대기근으로 3000만 명 이상이 굶어죽었다.
국가자본주의 놓지 않는 中
경제 잠재력 크다지만
'인구보너스' 사라지고
미국과 패권경쟁도 가열
'신흥대국의 오만'은 시기상조
박종구 < 초당대 총장 >
문화대혁명은 또 다른 재앙이었다. 마오를 추종한 조반파(造反派)는 수정주의를 비판하고 실권파를 몰아내는 투쟁에 나섰다. 우상숭배와 혁명 구호가 넘쳐났다. 문혁 10년간 약 40만 명이 죽고 피해자는 1억 명에 달했다. 당은 1981년 역사결의에서 문혁을 “당과 국가 인민에게 중대한 재난을 가져다준 내란”으로 규정했다. <문화대혁명>을 쓴 야부키 스스무 교수의 주장처럼 마오의 공상주의적 사회주의 모델이 초래한 비극이었다. 마오쩌둥의 말년은 참담했다. 후계자 류사오치(劉少奇)와 린뱌오(林彪)는 비참하게 죽었다. 화궈펑(華國鋒)은 무능한 후계자였다.위기의 중국을 넘겨받은 사람이 덩샤오핑이었다. 1978년 말 당은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 건설과 개혁·개방을 핵심과제로 결정했다. 두 번째 혁명이 시작됐다. “가난이 사회주의는 아니다” “발전은 확실한 도리”로 상징되는 실사구시 정책을 양산했다. 개혁·개방, 외자도입, 기업가정신 등 배척됐던 경제개념을 도입해 경제를 회생시켰다. 덩샤오핑은 1979년과 1985년 타임지 ‘올해의 인물’에 선정됐다. 1989년 톈안먼 사태가 중국을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민주화 운동에 대한 탄압이 이뤄졌다. 위축된 개혁 열기는 1992년 덩샤오핑의 남순강화(南巡講話)로 되살아났다.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중국의 급속한 부상이 이뤄졌다. “현대 중국을 만든 것은 마오쩌둥이고 배부른 중국을 만든 것은 덩샤오핑이다”는 말이 회자됐다.
2012년 시진핑이 등장했다. 천하주의의 부활을 선언한 중국몽(中國夢)은 대국굴기 전략이다. 일대일로(一帶一路)와 ‘중국제조 2025’가 핵심 동력이다. 시진핑은 권위주의적 유연성을 해체하고 1인 체제를 공고히 했다.
중국은 어디로 가나. 서구식 자유민주주의 실천을 기대하는 것은 과욕이다. 공산당 영도, 사회주의의 길, 인민 독재, 마르크스·레닌과 마오쩌둥 사상으로 정의되는 4항 기본원칙은 포기할 수 없는 대의다. 공산당 영도는 지고지순의 가치다. 9059만 명 당원은 인구의 6.5%를 차지한다. 시진핑은 2017년 “당은 정부, 군대, 사회, 학교, 동서남북을 포함한 모두의 지도자”라고 역설했다. 성장의 과실을 줄 테니 공산당 통치에 순응하라는 경성 권위주의 통치방식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홍콩과 신장위구르 사태가 단적인 예다. 송환법 제정을 철회했지만 홍콩 주민이 요구하는 직접 선거는 수용불가다. 일국양제(一國兩制)는 과도기적 시스템일 뿐이다.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인구는 245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2% 이하다. 그러나 인신구속 비율은 2007년 2%에서 2017년 21%로 급증했다. 허탄 등 곳곳에 재교육 수용소가 있다.
개혁·개방과 시장개혁을 추구하되 국가자본주의를 포기할 생각이 없다. 중국 경제의 잠재력은 크다. 글로벌 인터넷 기업 20개 중 11개가 중국에 있다. 올 2분기에 팔린 전 세계 스마트폰의 42%가 중국산이다. 2017년 세계 인공지능(AI) 투자의 70%가 중국 몫이다. 화웨이는 최초로 5G(5세대) 스마트폰용 통합칩 상용화에 성공했다. 그러나 ‘인구 보너스’가 끝났다. 2027년부터 중국의 총인구가 감소한다. 중위연령이 2050년에는 48세로 늘어난다. 2050년 노령인구 비중도 26%에 달할 전망이다.
미·중 갈등은 계속될 것이다. 단순한 경제전쟁이 아니라 글로벌 패권을 둘러싼 충돌이다. 권위주의와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힘겨루기다. 중국은 신흥대국의 오만보다는 도광양회(韜光養晦)의 지혜를 다시 돌아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