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 농업, '개도국 지위' 벗어나 세계로 나갈 잠재력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 유지 여부를 다음달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뜸을 들이는 것은 농민단체 반발 때문으로 보인다. 개도국 지위를 포기할 경우 농산물 관세율 축소와 보조금 감축이 불가피하다고 통상전문가들은 전망한다.

한국은 농업을 제외한 분야에서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는 조건으로 WTO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WTO에서 한국의 개도국 특혜에 문제를 제기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한국이 개도국 특혜를 받아선 안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주요 20개국(G20) 회원국, 세계은행 분류 고소득국가, 세계 무역량의 0.5% 이상 국가’에 해당하는데 농업 보호를 위해 마냥 개도국 대우를 요구할 수는 없다.한국이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려 해도 미국이 개도국 대우를 일방적으로 중단하겠다고 하면 마땅히 대응할 수단도 없다. 한국 농업이 더는 피할 곳이 없다면 스스로 선제적 대응에 나서는 게 현명한 전략일 것이다. 고율 관세와 보조금 등 보호 정책에 연연하지 않고 과감하게 혁신에 나서는 것이다.

농업을 제조업처럼 세계적인 수출 산업으로 키운 사례가 있다. ‘보호’가 아니라 ‘개방’을 선택해 오히려 강해진 네덜란드, 뉴질랜드가 그렇다. 최근 국내 중소 농기업 임직원들이 주축이 된 인공지능(AI) 농업팀이 세계AI농업대회에서 글로벌 농기업들을 제치고 2위로 결선에 오른 것은 한국 농업의 잠재력을 보여준다. 정보통신 인프라에서 앞서가는 한국이 농업을 ‘스마트 농업’으로 탈바꿈시키지 못할 이유가 없다. 수급 변동에 따른 농산물 가격 폭락 문제도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하고 해외 시장을 개척하면 해결할 수 있다. 개도국 지위 대신 첨단 과학기술로 무장해 세계로 나가는 게 한국 농업이 사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