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서 16주째 반중 시위…오성홍기 줄지어 밟기도

쇼핑몰 '친중 브랜드' 표적…거리선 경찰과 또 충돌
규모 수천명으로 줄어…13살 소녀, 中 국기 태운 혐의로 체포돼
일요일인 22일 홍콩 도심에서는 전날에 이어 민주화 진전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시위가 이어졌다.지난 6월 홍콩 정부의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강행에 반대해 시민 100만명이 거리로 나온 이후 16주째 주말 시위가 계속됐다.

22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명보(明報)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1천명 이상으로 추산되는 홍콩 시민들은 이날 샤틴 지역의 쇼핑몰인 뉴타운 플라자에 모였다.

최근 들어 홍콩 정부가 폭력 발생 우려 등을 구실로 대규모 시위와 행진을 금지하면서 홍콩인들은 대안으로 도심 쇼핑몰을 시위 장소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검은 옷을 입은 이들은 '홍콩 파이팅', '홍콩 광복(光復)' 등의 구호를 외치고 홍콩 민주화 운동의 상징 노래가 된 '홍콩에 영광을'(Glory to Hong Kong)' 노래를 합창했다.
시위대는 인근 시청 건물에서 끌어내린 중국 국기를 쇼핑몰 실내 광장 바닥에 깔아놓고 길게 줄을 지어 달려가면서 차례로 밟는 방식으로 강렬한 반중 정서를 표출했다.

이들은 검은 스프레이를 뿌리는 등 중국 국기를 훼손하고 나서 인근 강물에 던져 버렸다.또 시위대는 쇼핑몰을 돌면서 화웨이, 중국은행, 베스트마트 360, 헤이티, 스타벅스 등 중국 본토와 직접 관련된 기업이거나 홍콩 반정부 시위에 우호적이지 않다고 여기는 가게에 몰려가 반정부 구호가 쓰인 스티커를 매장 입구에 붙이는 등 공격 표적으로 삼기도 했다.
일부 시위대는 시위가 끝나고 나서 쓰레기통 등 온갖 물건들을 마구 던지고 소화전에 호스를 연결해 물을 뿌려 쇼핑몰 광장이 엉망이 됐다.

이날 시위대는 주요 전철역도 공격의 대상으로 삼았다.시위대는 수십에서 수백명 단위로 몰려다니며 샤틴역과 콰이퐁역 등 전철역의 표 자판기와 개찰기, 전광판 등 시설을 파괴해 일부 전철역 운영이 중단됐다.
아울러 샤틴 등지에서는 수백명 단위의 시위대가 도로를 점거하고 불을 지르는 등 시위에 나서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해산에 나섰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시민들의 반발에 밀려 결국 지난 4일 송환법 완전 철폐를 선언했다.

그러나 반대 진영은 ▲송환법 공식 철회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등 5가지 요구가 모두 수용될 때까지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천명했다.

이날 시위대가 홍콩 국제공항 마비 시도에 나서기로 한 가운데 홍콩 정부는 공항과 공항으로 가는 주요 길목에 경찰관을 다수 배치해 삼엄한 경비를 펼쳐 공항 운영에 큰 지장이 발생하지는 않았다.
송환법 반대 운동에서 촉발된 홍콩의 민주화 시위는 16주째 이어지고 있지만 홍콩 정부가 송환법 철회를 선언하는 등 강온 양면 전략을 구사하면서 반정부 시위대 규모는 최근 수천명 규모까지 상당히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날 오후에도 툰먼 지역을 중심으로 거리 시위가 벌어졌지만 경찰은 참가 인원을 4천여명 정도로 추산했다.

하지만 일부 시위대는 전철역 등 공공 시설물에 방화하는 등 날이 갈수록 강경한 저항 수단을 선택하면서 경찰과 더욱 격렬하게 충돌하고 있다.

홍콩의 정치적 위기가 길어지면서 홍콩 시민 사회 내부의 대립도 첨예해져 가고 있다.

시위 장기화로 금융·관광 등 홍콩의 주력 산업이 큰 타격을 입는 가운데 홍콩에서는 그간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던 친중 성향 인사들도 최근 들어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는 분위기다.

이들은 지난 주말 조직적으로 거리로 나와 쇼핑몰 등지에서 반중 시위대와 격렬하게 충돌했고, 전날에는 시위대가 포스트잇으로 항의 메시지를 적어놓은 '레넌 벽'을 다수 훼손하기도 했다.

한편, 전날 툰먼 지역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화염병, 최루탄을 동원해 격렬하게 충돌한 가운데 한 13세 홍콩 소녀가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五星紅旗)를 불태운 혐의로 체포됐다고 중국 관찰자망이 보도했다.홍콩의 민주화 시위가 장기화하는 과정에서 중·고교생을 포함한 10대 청소년들도 경찰에 체포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