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에 물 폭탄…태풍 '타파' 할퀸 제주·남부 피해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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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붕괴, 빗길 사고로 인명피해 잇따라…시설물 낙하, 깨진 유리에 다치기도
선박 전복, 정전 등 재산 손실 막대…항공기·여객선은 무더기 결항제17호 태풍 '타파'가 제주를 거쳐 남부지방을 지나면서 크고 작은 피해가 속출했다.무너진 집 안에 있던 노인과 표류 중인 선박을 인양하려던 선주가 숨지는 등 안타까운 인명피해가 잇따랐다.
사고 수습에 나선 소방관과 경찰관이 다치기도 했다.
강한 비바람에 선박이 전복되고, 도로에 있던 신호등과 나무가 꺾였다.하늘길과 바닷길은 물론 바람에 흔들린 교량이 통제되고, 물에 잠긴 도로 곳곳이 막혔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22일 오후 7시 기준 민간시설 15건, 공공시설 50건의 피해가 보고됐다.
민간시설 중에서는 주택 4동과 농경지 4개소 총 6천㎡가 침수됐다.전국에서 8천93가구가 정전 피해를 봤으며 제주도 일부 지역은 단수돼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김해와 제주, 김포 등 11개 공항에서 248편이 결항했고 100개 항로의 연안여객선 166척의 운항이 통제됐다.
21일부터 22일 오후 9시까지 누적 강수량을 보면 제주 어리목 777㎜, 울산 매곡 310㎜, 전남 광양 백운산 238㎜ 등을 기록했다.최대 순간풍속은 여수 초속 42.2m, 서귀포 지귀도 40.6m, 울산 울기 35.7m에 달했다.
타파는 오후 9시 10분 기준 소형 태풍으로 몸집이 줄어 부산 남남동쪽 약 100㎞ 부근 해상에서 시속 57㎞ 속도로 북동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다.
23일 새벽까지 동해안을 중심으로 시간당 20∼30㎜의 많은 비가 더 내릴 수 있다.◇ 무너진 집에 깔리고 떨어진 벽돌에 맞아…소방대원·경찰관도 다쳐
태풍이 몰고 온 비구름대 영향으로 전날부터 많은 비가 내린 부산에서는 21일 오후 10시 25분께 부산진구 부전동 한 2층 단독주택 기둥이 무너졌다.
이 사고로 1층에 살던 A(72)씨가 잔해에 깔려 9시간여 만인 22일 오전 7시 45분께 숨진 채 발견됐다.
다만 이 사고와 관련해 중대본은 "태풍 영향권에 들기 전에 발생한 사고여서 태풍 피해로 집계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후 1시 15분께 울산시 울주군 온산항 유화부두 잔교 인근에서 선장 B(66)씨가 자신의 선박(통선)이 표류 중이라는 연락을 받고 나와 배를 인양하기 위해 해경 경비함을 타고 가는 과정에서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해경은 심폐소생술을 하고 119구조대를 불러 B씨를 인근 병원으로 옮겼지만, A씨는 끝내 숨졌다.
해경은 통선 2척이 강한 비바람과 파도 때문에 서로 이은 줄이 풀려 표류한 것으로 추정했고, A씨 사망 원인 등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오후 3시 55분께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동대구분기점 진출입로에서 포항을 떠나 동대구로 가던 시외버스 1대가 빗길에 미끄러지며 가드레일을 받고 도로 옆 10m 아래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승객 1명이 숨졌고 18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오전 10시 50분께 전남 목포에서는 한 교회 외벽에서 떨어져나온 벽돌에 50대 여성이 머리를 맞아 크게 다쳤다.
이 여성은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오전 9시께 부산 연제구 거제동에서 오토바이 운전자 B(69)씨가 강풍에 넘어진 가로등에 부딪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또 오후 6시께 경남 사천시 동금동 한국전력 건물 인근에서 지붕 패널이 아래로 떨어져 행인 1명이 다쳤다.
전남 곡성에서는 오후 2시 52분께 한 초등학교 체육관 통유리가 깨져 40∼50대 남성 1명과 여성 3명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사고가 난 체육관에서는 이날 곡성심청배 배드민턴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오전 10시 50분께 목포시 석현동 한 교회 외벽에서도 벽돌 일부가 떨어져 50대 1명이 중상을 입었다.
강풍에 넘어지거나 날아온 구조물에 맞는 등 부상자들이 수십명에 달할 것으로 집계된다.
구조활동을 벌이던 소방관이나 교통 관리에 나선 경찰관이 다치는 사고도 이어졌다.
오전 10시께 부산 사상구 괘법동에서 강풍에 흔들리는 공장 철제문을 고정하던 소방대원이 철제문에 가슴을 부딪쳐 치료를 받았다.
앞서 오전 5시께 부산진구의 무너진 주택에 매몰된 70대 여성 구조작업을 하던 소방관 1명도 공구로 콘크리트 잔해를 깨뜨리던 중 파편에 맞아 이마가 찢어지는 상처를 입었다.
울산에서는 오후 5시 10분께 강풍에 외벽이 떨어져 나가는 오피스텔 주변에서 교통 관리를 하던 파출소 소속 경찰관을 시내버스가 충격했다.
해당 경찰관은 뇌출혈 증세가 의심돼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선박 전복, 신호등 파손…천연기념물 송림 숲 소나무 쓰러져
예보된 것처럼 많은 비가 쏟아진 데다, 강한 바람까지 더해지면서 시설 피해와 침수 등 피해가 속출했다.
태풍을 가장 먼저 부닥친 제주에서는 신호등이 꺾이거나 전신주가 기울어지는 사고가 이어졌다.
서귀포시 한 주택에서는 태양광 패널이 무너지고, 하원동과 동홍동 등 곳곳에서 나무가 쓰러져 안전조치가 이뤄졌다.
제주시 화북포구와 신양항에서 정박해 있던 레저 보트 각 1척이 전복됐으나 인명피해는 없었다.
이밖에 농경지와 도로·주택 등이 침수되고, 건물 외벽 타일과 벽돌 등이 파손되거나 유리창이 깨진 곳도 있었다.
간판이 강풍에 떨어지거나 교통표지판과 가로등이 쓰러지는 등 시설물 피해가 잇따랐다.
제주시 한경면을 시작으로 제주 내 3천300여 가구가 정전되는 피해도 있었다.오후 10시 현재 태풍이 다 지나지 않은 부산에서는 중구 한 서점 건물 4층 유리가 깨져 인도로 떨어지는 아찔한 사고가 있었다.
오전 6시께 남구 대연동 한 공사장에 임시로 세운 가설물(비계)이 강풍에 쓰러지면서 전선을 건드려 일대 200여 가구 전기가 끊겼다.
오전 7시 10분께 남구 용호사거리 부근 도로에 길이 1.5m가량의 철제 연통이 떨어졌고, 비슷한 시각 사하구 한 주택에서 15m짜리 축대벽이 넘어지기도 했다.
이날 부산에서는 남구 대연동, 수영구 남천동과 망미동, 기장군 정관면 등 4개 지역에서 정전이 발생해 1천607가구 전력 공급이 끊겼다.
경남에서는 오후 1시 52분께 진주시 내동면 한 암자에 6명이 고립됐다가, 소방구조대 보트에 구조됐다.
암자 방문객인 이들은 인근 남강이 폭우로 불어나 다리를 건너기 어려워지자 소방당국에 구조를 요청했다.함양군 서상면에서는 넘어진 나무가 집 지붕을 덮쳤고, 거제시 남부면 다포항에서는 정박 중인 3t짜리 어선이 전복됐다.
창원시 진해구 충무동에서는 에어컨 실외기가 도로로, 창원시 성산구에서는 옥상 물탱크가 마당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조선 영조 때 조성된 섬진강 소나무숲인 하동군 하동읍 하동송림(천연기념물 445호)에서는 소나무 1그루가 쓰러졌다.
울산에서는 오후 2시 52분께 온산항에서 어선이 표류했지만 해경이 구조했고, 앞서 오전 11시 55분께는 동구 일산동 일산해수욕장 앞 해상에 계류 중이던 세일링 요트 2척이 높은 파도에 떠밀려 백사장에 좌초됐다.
북구 명촌동에서는 현대차 울산공장 외곽 담 일부가 무너졌고, 북구 신현동 무룡터널 진입로에는 토사가 일부 유출됐다.
중구 우정동 빌라 외벽 마감재(드라이비트)가 추락해 아래에 주차된 쏘나타 등 차량 3대가 파손됐고, 중구 북정동에는 주택 담이 무너져 내렸다.◇ 하늘길·바닷길 통제로 승객 발 묶여…대형 교량도 통제
제주와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항공기 결항이 잇따랐다.
제주에서는 오전 1시께 육·해상에 태풍경보가 발효됨에 따라 제주국제공항의 모든 항공기 운항이 중단됐다.
오전 6시 30분 제주에서 김포로 출발 예정이었던 아시아나항공 OZ8900편 등 국내선(출발 182편, 도착 177편)과 국제선(출발 17편, 19편) 항공기 총 395편의 운항이 줄줄이 취소됐다.
그러나 태풍 북상으로 영향권에서 벗어나면서 오후 7시께 제주에 도착한 김포발 이스타항공 ZE225편을 시작으로 항공사별로 항공기 운항을 다시 시작했다.
국내선 81편(출발 36편, 도착 45편), 국제선 14편(출발 9편, 도착 5편) 등 모두 95편이 운항한다.
김해공항은 이날 국제·국내선 총 215편의 항공기가 결항했다.
오전 6시 25분 도착 예정이던 필리핀 클라크 발 진에어 LJ032편이 김해공항 주변 강풍 때문에 내리지 못하고 착륙지를 인천공항으로 변경하는 등 이착륙 예정 항공기 대부분이 결항했다.
대만 타이베이에서 출발해 김해공항에 도착 예정이던 제주항공 7C2654편은 강풍에 김포공항으로 회항했다가 김해공항을 오가기를 두 번이나 반복해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결국 항공사는 김포공항에 내린 승객들을 전세버스에 태워 부산으로 보냈다.바닷길도 막혔다.
부산항은 이틀째 선박 입·출항이 전면 중단됐다.
항만에 정박해 있던 선박 110여척은 경남 진해 고현항이나 태풍 진로를 벗어난 항로로 피항했다.
부산과 제주를 오가는 여객선과 부산과 일본 서안 지역을 잇는 국제여객선(5개 항로, 12척)도 태풍 영향으로 발이 묶였다.
전남 목포·여수·완도 여객선 터미널에서 운항하는 52개 항로 80척 운항이 전날부터 전면 통제됐다.
해상 등을 공중으로 가로질러 설치된 대형 교량들도 일제히 통제됐다.
부산시와 경남 거제시를 연결하는 해상교량인 거가대교를 비롯해 을숙도대교 등 부산 주요 다리는 강풍에 통제됐다.
이들 다리의 순간최대풍속은 통제 기준인 초속 25m를 넘겼다.
부산항대교는 컨테이너 등 대형 차량 운행이 차단되고 있다.
전남 신안군 섬을 연결하는 천사대교는 오후 2시부터 5시 40분까지 통제됐다.
울산 남구와 동구를 잇는 울산대교는 오후 6시 30분부터 양방향 통제 중이다.(이정훈, 백나용, 김선호, 장아름, 김현태, 허광무)
/연합뉴스
선박 전복, 정전 등 재산 손실 막대…항공기·여객선은 무더기 결항제17호 태풍 '타파'가 제주를 거쳐 남부지방을 지나면서 크고 작은 피해가 속출했다.무너진 집 안에 있던 노인과 표류 중인 선박을 인양하려던 선주가 숨지는 등 안타까운 인명피해가 잇따랐다.
사고 수습에 나선 소방관과 경찰관이 다치기도 했다.
강한 비바람에 선박이 전복되고, 도로에 있던 신호등과 나무가 꺾였다.하늘길과 바닷길은 물론 바람에 흔들린 교량이 통제되고, 물에 잠긴 도로 곳곳이 막혔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22일 오후 7시 기준 민간시설 15건, 공공시설 50건의 피해가 보고됐다.
민간시설 중에서는 주택 4동과 농경지 4개소 총 6천㎡가 침수됐다.전국에서 8천93가구가 정전 피해를 봤으며 제주도 일부 지역은 단수돼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김해와 제주, 김포 등 11개 공항에서 248편이 결항했고 100개 항로의 연안여객선 166척의 운항이 통제됐다.
21일부터 22일 오후 9시까지 누적 강수량을 보면 제주 어리목 777㎜, 울산 매곡 310㎜, 전남 광양 백운산 238㎜ 등을 기록했다.최대 순간풍속은 여수 초속 42.2m, 서귀포 지귀도 40.6m, 울산 울기 35.7m에 달했다.
타파는 오후 9시 10분 기준 소형 태풍으로 몸집이 줄어 부산 남남동쪽 약 100㎞ 부근 해상에서 시속 57㎞ 속도로 북동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다.
23일 새벽까지 동해안을 중심으로 시간당 20∼30㎜의 많은 비가 더 내릴 수 있다.◇ 무너진 집에 깔리고 떨어진 벽돌에 맞아…소방대원·경찰관도 다쳐
태풍이 몰고 온 비구름대 영향으로 전날부터 많은 비가 내린 부산에서는 21일 오후 10시 25분께 부산진구 부전동 한 2층 단독주택 기둥이 무너졌다.
이 사고로 1층에 살던 A(72)씨가 잔해에 깔려 9시간여 만인 22일 오전 7시 45분께 숨진 채 발견됐다.
다만 이 사고와 관련해 중대본은 "태풍 영향권에 들기 전에 발생한 사고여서 태풍 피해로 집계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후 1시 15분께 울산시 울주군 온산항 유화부두 잔교 인근에서 선장 B(66)씨가 자신의 선박(통선)이 표류 중이라는 연락을 받고 나와 배를 인양하기 위해 해경 경비함을 타고 가는 과정에서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해경은 심폐소생술을 하고 119구조대를 불러 B씨를 인근 병원으로 옮겼지만, A씨는 끝내 숨졌다.
해경은 통선 2척이 강한 비바람과 파도 때문에 서로 이은 줄이 풀려 표류한 것으로 추정했고, A씨 사망 원인 등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오후 3시 55분께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동대구분기점 진출입로에서 포항을 떠나 동대구로 가던 시외버스 1대가 빗길에 미끄러지며 가드레일을 받고 도로 옆 10m 아래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승객 1명이 숨졌고 18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오전 10시 50분께 전남 목포에서는 한 교회 외벽에서 떨어져나온 벽돌에 50대 여성이 머리를 맞아 크게 다쳤다.
이 여성은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오전 9시께 부산 연제구 거제동에서 오토바이 운전자 B(69)씨가 강풍에 넘어진 가로등에 부딪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또 오후 6시께 경남 사천시 동금동 한국전력 건물 인근에서 지붕 패널이 아래로 떨어져 행인 1명이 다쳤다.
전남 곡성에서는 오후 2시 52분께 한 초등학교 체육관 통유리가 깨져 40∼50대 남성 1명과 여성 3명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사고가 난 체육관에서는 이날 곡성심청배 배드민턴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오전 10시 50분께 목포시 석현동 한 교회 외벽에서도 벽돌 일부가 떨어져 50대 1명이 중상을 입었다.
강풍에 넘어지거나 날아온 구조물에 맞는 등 부상자들이 수십명에 달할 것으로 집계된다.
구조활동을 벌이던 소방관이나 교통 관리에 나선 경찰관이 다치는 사고도 이어졌다.
오전 10시께 부산 사상구 괘법동에서 강풍에 흔들리는 공장 철제문을 고정하던 소방대원이 철제문에 가슴을 부딪쳐 치료를 받았다.
앞서 오전 5시께 부산진구의 무너진 주택에 매몰된 70대 여성 구조작업을 하던 소방관 1명도 공구로 콘크리트 잔해를 깨뜨리던 중 파편에 맞아 이마가 찢어지는 상처를 입었다.
울산에서는 오후 5시 10분께 강풍에 외벽이 떨어져 나가는 오피스텔 주변에서 교통 관리를 하던 파출소 소속 경찰관을 시내버스가 충격했다.
해당 경찰관은 뇌출혈 증세가 의심돼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선박 전복, 신호등 파손…천연기념물 송림 숲 소나무 쓰러져
예보된 것처럼 많은 비가 쏟아진 데다, 강한 바람까지 더해지면서 시설 피해와 침수 등 피해가 속출했다.
태풍을 가장 먼저 부닥친 제주에서는 신호등이 꺾이거나 전신주가 기울어지는 사고가 이어졌다.
서귀포시 한 주택에서는 태양광 패널이 무너지고, 하원동과 동홍동 등 곳곳에서 나무가 쓰러져 안전조치가 이뤄졌다.
제주시 화북포구와 신양항에서 정박해 있던 레저 보트 각 1척이 전복됐으나 인명피해는 없었다.
이밖에 농경지와 도로·주택 등이 침수되고, 건물 외벽 타일과 벽돌 등이 파손되거나 유리창이 깨진 곳도 있었다.
간판이 강풍에 떨어지거나 교통표지판과 가로등이 쓰러지는 등 시설물 피해가 잇따랐다.
제주시 한경면을 시작으로 제주 내 3천300여 가구가 정전되는 피해도 있었다.오후 10시 현재 태풍이 다 지나지 않은 부산에서는 중구 한 서점 건물 4층 유리가 깨져 인도로 떨어지는 아찔한 사고가 있었다.
오전 6시께 남구 대연동 한 공사장에 임시로 세운 가설물(비계)이 강풍에 쓰러지면서 전선을 건드려 일대 200여 가구 전기가 끊겼다.
오전 7시 10분께 남구 용호사거리 부근 도로에 길이 1.5m가량의 철제 연통이 떨어졌고, 비슷한 시각 사하구 한 주택에서 15m짜리 축대벽이 넘어지기도 했다.
이날 부산에서는 남구 대연동, 수영구 남천동과 망미동, 기장군 정관면 등 4개 지역에서 정전이 발생해 1천607가구 전력 공급이 끊겼다.
경남에서는 오후 1시 52분께 진주시 내동면 한 암자에 6명이 고립됐다가, 소방구조대 보트에 구조됐다.
암자 방문객인 이들은 인근 남강이 폭우로 불어나 다리를 건너기 어려워지자 소방당국에 구조를 요청했다.함양군 서상면에서는 넘어진 나무가 집 지붕을 덮쳤고, 거제시 남부면 다포항에서는 정박 중인 3t짜리 어선이 전복됐다.
창원시 진해구 충무동에서는 에어컨 실외기가 도로로, 창원시 성산구에서는 옥상 물탱크가 마당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조선 영조 때 조성된 섬진강 소나무숲인 하동군 하동읍 하동송림(천연기념물 445호)에서는 소나무 1그루가 쓰러졌다.
울산에서는 오후 2시 52분께 온산항에서 어선이 표류했지만 해경이 구조했고, 앞서 오전 11시 55분께는 동구 일산동 일산해수욕장 앞 해상에 계류 중이던 세일링 요트 2척이 높은 파도에 떠밀려 백사장에 좌초됐다.
북구 명촌동에서는 현대차 울산공장 외곽 담 일부가 무너졌고, 북구 신현동 무룡터널 진입로에는 토사가 일부 유출됐다.
중구 우정동 빌라 외벽 마감재(드라이비트)가 추락해 아래에 주차된 쏘나타 등 차량 3대가 파손됐고, 중구 북정동에는 주택 담이 무너져 내렸다.◇ 하늘길·바닷길 통제로 승객 발 묶여…대형 교량도 통제
제주와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항공기 결항이 잇따랐다.
제주에서는 오전 1시께 육·해상에 태풍경보가 발효됨에 따라 제주국제공항의 모든 항공기 운항이 중단됐다.
오전 6시 30분 제주에서 김포로 출발 예정이었던 아시아나항공 OZ8900편 등 국내선(출발 182편, 도착 177편)과 국제선(출발 17편, 19편) 항공기 총 395편의 운항이 줄줄이 취소됐다.
그러나 태풍 북상으로 영향권에서 벗어나면서 오후 7시께 제주에 도착한 김포발 이스타항공 ZE225편을 시작으로 항공사별로 항공기 운항을 다시 시작했다.
국내선 81편(출발 36편, 도착 45편), 국제선 14편(출발 9편, 도착 5편) 등 모두 95편이 운항한다.
김해공항은 이날 국제·국내선 총 215편의 항공기가 결항했다.
오전 6시 25분 도착 예정이던 필리핀 클라크 발 진에어 LJ032편이 김해공항 주변 강풍 때문에 내리지 못하고 착륙지를 인천공항으로 변경하는 등 이착륙 예정 항공기 대부분이 결항했다.
대만 타이베이에서 출발해 김해공항에 도착 예정이던 제주항공 7C2654편은 강풍에 김포공항으로 회항했다가 김해공항을 오가기를 두 번이나 반복해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결국 항공사는 김포공항에 내린 승객들을 전세버스에 태워 부산으로 보냈다.바닷길도 막혔다.
부산항은 이틀째 선박 입·출항이 전면 중단됐다.
항만에 정박해 있던 선박 110여척은 경남 진해 고현항이나 태풍 진로를 벗어난 항로로 피항했다.
부산과 제주를 오가는 여객선과 부산과 일본 서안 지역을 잇는 국제여객선(5개 항로, 12척)도 태풍 영향으로 발이 묶였다.
전남 목포·여수·완도 여객선 터미널에서 운항하는 52개 항로 80척 운항이 전날부터 전면 통제됐다.
해상 등을 공중으로 가로질러 설치된 대형 교량들도 일제히 통제됐다.
부산시와 경남 거제시를 연결하는 해상교량인 거가대교를 비롯해 을숙도대교 등 부산 주요 다리는 강풍에 통제됐다.
이들 다리의 순간최대풍속은 통제 기준인 초속 25m를 넘겼다.
부산항대교는 컨테이너 등 대형 차량 운행이 차단되고 있다.
전남 신안군 섬을 연결하는 천사대교는 오후 2시부터 5시 40분까지 통제됐다.
울산 남구와 동구를 잇는 울산대교는 오후 6시 30분부터 양방향 통제 중이다.(이정훈, 백나용, 김선호, 장아름, 김현태, 허광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