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흠 LH 사장 "3기 신도시, 서울 부도심으로 키워야"

"공동주택용지 추첨 분양 특정 회사 독식은 문제…설계 공모 확대할 것"
환매조건부 등 공공주택 분양방식 다양화 추진…해외사업도 본격화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은 특정 건설사가 공동주택 용지를 독식하는 것을 막기 위해 3기 신도시 등 공공택지의 아파트 용지의 추첨제 분양을 축소하고 설계 공모를 통한 택지 분양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또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 환매조건부,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등 분양주택의 공급방식을 다양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3기 신도시에 대해서는 '일자리·교통·주거' 3박자가 어우러진 서울의 부도심으로 키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창흠 사장은 20일 연합뉴스와 진행한 취임 후 첫 단독 인터뷰에서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그는 먼저 공공아파트의 공급 방식을 수요자의 선택권을 넓히는 차원에서 다양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 사장은 "정부가 5년, 10년 임대후 분양주택 공급을 중단키로 하면서 앞으로 공공주택 분양방식이 분양주택과 영구·국민 등 장기임대 두 가지만 남게 된다"며 "비싼 분양가를 감당하면서 분양주택을 장만할 여유가 없는 국민들이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도록 '중간 영역'의 주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환매조건부 주택이나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협동조합·공유형 주택 등 다양한 중간 유형의 주택 모델을 개발해 자가주택 보유율을 점진적으로 높여야 한다"고 했다.
수도권 3기 신도시에 대해서는 서울 주택 수요 분산 효과를 높이기 위해 자족기능 강화를 넘어서 서울의 부도심 수준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양 창릉신도시 인근 대곡역은 광역급행철도(GTX) A노선과 대곡소사선 등 6개 노선이 만나고, 남양주 왕숙지구도 GTX B노선 등 4개 노선이 지나는데 이 정도 교통여건이면 새로운 거대 도시가 생기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고양·남양주·부천 등에 조성하는 신도시를 부도심으로 만들어 주요 회사들을 유치하고 서울의 주택 수요를 분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 사장은 최근 공공택지 아파트 용지를 일부 중견 건설사들이 독식하고 있는 문제와 관련해서도 개선책을 내놓았다.그는 "한 개 기업이 여러 계열사를 동원해 너무 많은 택지를 분양받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 집단을 규제하듯 많은 계열사를 동원해 공동주택용지를 추첨으로 분양받는 것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보고, 이를 제도화하는 방안을 (정부에)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땅값을 미리 정해주고 추첨으로 '운'에 맡겨 용지를 분양하는 것보다는 정해진 값에 보다 훌륭한 설계안을 들고 오는 업체에 토지를 분양하는 것이 더 낫다고 본다"며 "LH가 조성한 공동주택용지는 앞으로 설계 공모형 공급 방식을 적극 확대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현 정부의 공약사업으로 추진 중인 도시재생 뉴딜에 대해서 그는 "착한 토목, 착한 건축으로 일자리를 창출하자고 만든 것이 도시재생 뉴딜 사업"이라며 "이제는 실행력을 가진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LH는 현재 82곳에서 어울림센터 조성 등 95개 도시재생 사업을 진행 중이다.

변 사장은 도시재생 사업의 실력을 높이기 위해 인허가와 설계, 영향평가 등을 병행 추진하는 패스트트랙(Fast-Track)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연내 19개 사업의 인허가를, 12개 사업에 대해서는 사업 착공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변 사장은 "국토교통부와 워크숍을 거치며 도시재생 사업 체감 효과 높일 수 있는 15개 신규 사업 모델을 찾았다"며 "LH가 참여하는 단위사업은 조기 착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에 대해서는 "앞으로 강남에 3.3㎡당 5천만원짜리 아파트가 분양된다면 집값 안정이 되겠느냐"며 "분양가 상한제 도입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상한제 시행 이후 공급 부족에 대비해 안정적인 추가 공급 확보 수단은 필요하다"며 "사업단위의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주택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 최근 미얀마에서 기공식을 한 경제협력 산업단지를 비롯한 해외사업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변 사장은 "LH 통합 이전까지 57년 역사상 해외에서 기공식까지 한 것은 이번 미얀마 사업이 처음"이라며 "앞으로 해외사업을 적극 추진해 민간 기업들이 안전하게 해외시장에 진출해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창흠(55) LH 사장은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출신으로 서울시 도시개발공사 선임연구원, 서울시정개발연구원(현 서울연구원) 연구위원, 참여정부 국가균형위원회 및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 전문위원 등을 지냈다.2014년부터는 3년 임기로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을 역임했으며 지난 4월 29일 LH 사장에 취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