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새 방위비협상 내일 서울서 개최…치열한 '밀당' 예상(종합)

10차 협정 종료 석 달 앞두고 韓 새 대표 임명 없이 이틀간 첫 회의
내년부터 주한미군 주둔비용 중 한국이 부담할 몫을 정하는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 협상이 24일 첫발을 뗀다. 외교부는 2020년 이후부터 적용할 제11차 SMA 체결을 위한 제1차 회의가 이달 24∼25일 서울에서 개최된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회의에 한국 측에서는 직전 협상을 이끌었던 장원삼 외교부 방위비분담 협상대표가, 미국 측에서는 제임스 디하트 국무부 방위비분담 협상 대표가 양국 수석대표로 참석한다.

장 대표는 11월께 미국 뉴욕총영사로 부임할 예정이어서 한국 측 협상대표는 조만간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기획재정부 출신의 정은보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협상대표로 임명하는 방안을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직 인선을 마무리 짓지 않았다.

새 방위비분담 협상을 시작하면서 직전 협상을 주도했던 인사를 대표로 다시 내보내는 것은 다소 이례적이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외교부 당국자는 "현재 새 협상대표에 대한 인선 절차가 마무리 단계"라며 "차기 회의부터는 새 대표가 임명돼 협상을 총괄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방위비분담 협정 만료를 석 달 앞두고 개시한 이번 협상에서 미국은 대대적으로 증액을 요구할 것이 확실시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초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한국을 "매우 부유한 나라"로 칭하며 "한국은 북한으로부터 자신들을 방어하기 위해 미국에 상당히 더 많은 돈을 내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미국 측은 주한미군을 운용하는 직·간접 비용으로 연간 50억 달러(약 6조원) 안팎의 예산이 소요되는데 그에 비해 한국이 부담하는 분담금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한국이 올해 부담하는 방위비 분담금의 6배에 달하는 이 금액에는 미군 전략자산(무기)의 한반도 전개 비용과 주한미군 인건비 등이 총망라된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은 지난 협상에서도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비용을 한국이 부담해야 한다며 ▲ 인건비(주한미군 한국인 고용원 임금) ▲ 군사건설비(미군기지 내 시설 건설) ▲ 군수지원비(용역 및 물자지원) 등 3가지로 구성된 방위비분담 항목에 '작전지원비' 추가를 요구했다가 철회했다.

이번 협상에서 미국 측은 작전지원비 항목 신설을 다시 들고나올 가능성이 큰 데다, 주한미군 인건비까지 한국이 일부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어 한국은 과도한 증액 압박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11월 대통령선거를 앞둔 만큼 이번 방위비 협상에 임하는 미국 협상팀의 자세가 그 어느 때보다 더 강경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국 정부는 전략자산 전개비용·주한미군 인건비까지 한국 측이 부담하는 것은 '주한미군 유지에 필요한 경비는 미국이 부담한다'는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의 틀을 벗어난다는 논리로 맞설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하고 합리적인 수준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만 가능하다'는 한국 정부는 미국의 과도한 증액 요구에 한국이 기존 한미동맹에 기여하는 바가 적지 않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부담하기를 꺼리는 미군기지 환경오염 정화비용을 맞대응 카드로 사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국이 미군기지 주둔을 위해 직·간접적으로 부담하는 비용이 적지 않다는 주장을 펴겠다는 것이다.

한국과 미국이 제11차 협정 유효기간을 어떻게 설정할지도 관심이다.

그간 한미는 길게는 2년, 짧게는 5년 단위로 방위비분담 협정을 체결해왔으나 지난해에는 유효기간을 이례적으로 1년으로 설정했다.

미군의 해외주둔 비용 분담 원칙을 새롭게 세워야 한다는 미국 측 요구에 따른 것이었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 3월 한국이 부담할 주한미군 주둔비를 작년(9천602억원)보다 8.2% 인상된 1조389억원으로 하는 제10차 협정을 체결했다.

이달 4월 5일 발효한 제10차 협정의 유효기간은 올해 12월 31일까지다.

한국은 1991년부터 SOFA 제5조에 대한 특별협정을 미국과 맺어 미측이 부담해야 할 주한미군 유지비용을 부분적으로 부담해왔다. 분담금은 매년 꾸준히 늘어 지난해 처음 1조원을 넘어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