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령 파푸아서 또 소요 사태…"최소 20명 사망, 수십명 부상"(종합)

"교사가 학생들 원숭이라 불러"…인니 경찰 "인종차별 발언 확인 안 돼"

뉴기니섬 인도네시아령 파푸아(구 이리안자야)에서 고교 교사가 학생들을 '원숭이'라 불렀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23일 다시 소요사태가 발생해 최소 20명이 숨진 것으로 외신이 보도했다. 이날 오전 파푸아의 와메나시와 자야푸라시 등에서 수백 명의 학생과 시민들이 관공서와 상점, 주택, 자동차 등에 불을 지르며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AFP 통신은 이날 파푸아 지역 소요 사태로 최소 20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부상했다고 현지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파푸아 지역 군 대변인은 "대부분이 불에 타 숨졌다"며 "많은 사람이 불타는 상점에 갇혀 있어 사망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CNN인도네시아와 일간 콤파스 등은 앞서 시위가 격화하면서 오전 10시 30분부터 와메나 공항이 일시 폐쇄됐다고 보도했다.

루돌푸 알베르스 로자 파푸아 경찰서장은 "와메나시의 한 고교 교사가 최근 학생들을 원숭이라고 불렀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시위가 촉발됐다"고 말했다.

이어 "조사를 했지만, 교사가 학생들에게 인종 차별적 발언을 한 사실이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시위가 발생한 지역 학교들은 단축 수업을 결정하고 학생들을 서둘러 집으로 돌려보냈다.
뉴기니섬의 서쪽 절반을 차지하는 파푸아는 50년 전인 1969년 주민투표로 인도네시아 영토에 편입됐으나, 분리주의 운동이 이어져 왔다.

파푸아 주민들은 인도네시아의 독립기념일인 지난달 17일 경찰이 '인니 국기 훼손' 혐의로 파푸아 출신 대학생 43명을 체포하면서 이들을 원숭이·돼지라고 부르는 동영상이 유포되자 인종차별이라며 폭발했다.
당시 파푸아 여러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관공서를 불태우는 등 반정부 시위가 거세지자 인도네시아 정부는 인터넷을 차단하고, 군·경 수천 명을 보내 소요사태를 가라앉혔다.

정부는 총 5명이 숨졌다고 발표했으나, 현지 활동가들은 최소 13명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이달 5일 "파푸아의 치안 상황이 다시 정상화됐다"며 인터넷 접속을 복구했고, 10일에는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파푸아 지도자 61명을 대통령궁으로 초청해 여러 요구사항을 들어주겠다며 달랬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