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제장비 큰 구매국' 치켜세워…방위비 영향주나

"문대통령, 향후 3년간 무기구매 계획 밝혀"…10조원 이상 추정
10여년간 40조원 넘게 구매…軍, 전자전기·조인트스타즈 등 구매할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 오후(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한국이 미국산 군사 장비를 많이 구매하는 국가라고 치켜세워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지난 4월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이 미국의 여러 군사 장비를 구매할 것을 결정했다며 은근한 '압박'을 가했다면 이번에는 한국이 미국산 무기구매의 '큰 손'이라는 점을 부각하며 잘 협력하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전 모두발언을 통해 "한국의 무기 구매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자 한다"면서 "한국은 미국의 가장 큰 군사 장비 구매국 중 하나이고, 우리는 매우 잘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간 군사 전문가들은 미국이 우리나라에 대해 자국 무기 구매를 거론한 배경에는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이 깔렸다고 분석해왔다.미국산 무기구매를 노골적으로 거론하면서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우회적으로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서는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보다는 한국을 달래려는 의도가 더 커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한국이 더 많은 기여를 해야 한다', '연합훈련은 터무니없고 돈이 많이 든다'는 등 발언으로 한미동맹을 사업가치적인 관점에서 대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이런 관점은 미국 조야에서조차 조롱의 대상이 됐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이런 비판을 의식한 데 따른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군의 한 전문가는 24일 "미국은 50억 달러 수준의 방위비 분담금을 노골적으로 얘기하면서 한국을 압박해 왔다"면서 "미국 내에서 상당한 비판이 있었고,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의 유화적인 발언도 이런 지적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문재인 대통령도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국이 미국산 무기 구매 등으로 한미동맹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각인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회담 후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합리적 수준의 공평한 (방위비) 분담을 강조했다"며 "우리 정부 들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국방예산 및 미국산 무기 구매 증가, 분담금의 꾸준한 증가 등으로 한미 동맹과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 등에 기여한 점을 상세히 설명했다"고 밝혔다.

특히 문 대통령은 한국 정부의 무기구매와 관련, 지난 10년간 현황과 향후 3년간 계획을 밝혔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한국은 그간 미국산 대형 무기를 다수 도입했다.

국외 구매국으로는 미국이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국방기술품질원이 지난 1월 발간한 '세계 방산시장 연감'의 '미국 2008∼2017년 무기수출 현황' 편에 따르면 미국은 10년간 한국에 67억3천100만 달러(7조6천억여원)어치의 무기를 판매했다.

한국에 도입된 완성품을 기준으로 삼았는데 이는 올해 우리 국방예산인 46조원의 16% 수준이다.

방위사업청이 개청한 2006년 이후 지금까지 계약한 것까지 합하면 40조원이 넘는 미국산 군사 장비를 구매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총사업비 7조4천억원을 들여 F-35A 스텔스 전투기 40대를 미국에서 도입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13대가량이 청주 공군기지에 도착한다.

고고도 무인정찰기(HUAV)인 글로벌호크 4대를 8천800억원에 도입하기로 결정한 바 있으며 오는 12월께 1호기가 한국에 도착한다.

작년에는 사업비 1조9천억원에 달하는 차기 해상초계기로 미국 보잉의 포세이돈(P-8A) 6대를 수의계약 방식으로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기종을 선택한 이들 대형 무기사업에만 10조원 이상이 들어간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런 미국산 무기 구매 규모를 설명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정부의 한 소식통은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구체적인 무기 리스트는 거론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앞으로 3년 내 취해질 수 있는 개략적인 전력 증강 방향을 제시한 것 같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향후 3년간의 무기구매 계획에는 오는 2022년께로 예상되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위한 선행 조치로 한국군의 핵심능력 구비 차원에서 도입할 전력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군 당국은 전작권 전환을 위해서는 정찰자산과 장거리 정밀유도무기, 탄도미사일 감시 및 요격체계, 수중에서의 적 잠수함 탐지체계 등의 전력이 시급히 보완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1월 발표한 '2019∼2023년' 국방중기계획에 '합동이동표적감시통제기(지상감시정찰기)'를 구매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군은 조인트 스타즈(J-STRAS)를 도입 대상 1순위 후보로 꼽고 있다.

늦어도 2023년까지는 지상감시정찰기 4대가량을 생산국과 구매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J-STARS는 미국이 보유한 물량이 적어 기종으로 낙점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총사업비가 1조원가량 소요되는 해상작전헬기 2차 사업(12대)의 대상 기종으로 미국 록히드마틴의 MH-60R(시호크)가 검토되고 있다.

1차 사업으로 이미 8대가 국내 도입된 유럽제 레오나르도의 AW-159 '와일드캣'이 2차 사업의 유력 기종으로 거론됐으나 최근 경쟁 방식으로 변경했다.

시호크 구매를 염두에 둔 사업방식 변경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지스함에 탑재되는 SM-3 함대공 미사일의 구매도 거론된다.

1발당 250억원가량인 SM-3 미사일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요격용으로 검토되고 있다.
공군은 전자전기(6대)를 도입해 전자전 전대를 편성할 계획이다.

가급적 국내 개발 쪽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EA-18G 그라울러급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중통제기 E-737 피스아이급 2대도 도입할 예정이다.

공중·지상·해상 등을 동시에 감시할 수 있는 고성능 레이더를 장착한 스웨덴 사브의 '글로벌 아이'(Global Eye)도 후보 기종으로 꼽힌다.

육군이 군단별로 1~2개의 기갑여단 및 항공단 편성을 계획하면서 AH-64E 아파치(가디언)급 공격헬기 추가 구매(24대)도 예상된다.

향후 구매가 예상되는 이런 전력만도 10조원이 넘는다.

한 군사 전문가는 "우리나라의 군사 장비가 미국 편향이 너무 심하다"면서 "미국산과 동급을 기준으로 성능대비 가격이 좋은 유럽산 장비들이 많다"고 밝혔다.

군 전문가는 "우리나라가 유럽에서 도입한 군사 장비에도 미군의 링크-16(Link-16) 전술데이터링크체계를 탑재하면 미군 군사 장비와 상호 운용성에 문제가 없다"면서 "유럽에서 도입한 공중급유기에도 링크-16을 탑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링크-16은 미군이 개발해 범세계적으로 운용되고 있는 '항재밍' 능력이 강한 전술데이터링크 체계를 말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