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군용장비 ODA로 필리핀 제공…자위대 영향력 확대 의도

일본 정부가 자위대가 사용하던 군용 장비인 인명구조 시스템을 내년 공적개발원조(ODA)로 필리핀군에 제공하기로 했다고 산케이신문이 24일 보도했다.

산케이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자위대의 군용 장비를 ODA로 타국에 제공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위대가 지원하기로 한 인명구조 시스템은 재해 발생 시 수색, 구조에서 부상자 운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비를 모은 것이다.

파괴구조물 탐지기, 암반을 뚫는 삭암기(削岩機), 구명보트와 조끼 등이 포함돼 가격이 한 세트에 9천400만엔(약 10억4천만원)에 달한다.

일본은 지난 2015년 정부개발원조(ODA) 운용지침(개발협력대강)을 바꿔 '비군사 목적의 타국군 지원'을 가능하게 한 바 있다. 이전 지침은 '군사적 용도와 국제분쟁 조장 용도로는 ODA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명기하며 군의 관여가 있는 지원은 전면 배제했었다.
일본 정부가 필리핀에 인명구조 시스템을 지원하기로 한 것은 겉으로는 인도적인 차원으로 보이지만, 자위대의 해외 영향력 확대라는 노림수가 배경에 있다.

일본 정부가 '비군사 목적'으로 군용 장비의 ODA 지원 대상을 제한하긴 했지만, 현지 정세에 따라 군사와 비군사의 경계가 모호해질 가능성이 큰 만큼 자위대의 해외 진출에 속도가 날 가능성이 크다. 자위대는 시스템만 지원하지 않고 필리핀 현지에 인력을 파견해 시스템 활용 능력 구축을 도우며 필리핀군과의 관계를 강화할 방침이다.

이미 지난 7월 필리핀을 방문한 해상자위대 함선 이즈모에서 필리핀군 관계자 70명을 대상으로 인명구조 시스템을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으며 작년에는 필리핀과 파푸아뉴기니군 관계자들을 일본에 초청해 인명구조 시스템 활용법을 가르치는 연수를 실시했다.

산케이는 일본 정부가 필리핀군에 인명구조 시스템을 지원한 뒤 효과를 보고 다른 나라 군대로 지원 대상 확대를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