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유지 된 '일제 때 부친 땅' 돌려달라" 소송 대법서 패소

법원 "확인할 수 있는 조치 다 해"…국가 소유권 인정
주인 없는 부동산인 '무주(無主) 부동산' 공고 절차를 거쳐 국가 소유가 된 토지에 대해 "일제강점기 시절 부친이 취득한 개인 땅"이라며 아들이 소송을 냈지만, 최종 패소했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박모(67) 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소유권말소등기 등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박씨가 소유권을 다투는 땅은 경북 경주의 땅 505.5㎡다.

이 땅은 일제 강점기 시절인 1942년 5월 일본 이름으로 보이는 A씨가 사들여 소유권이전 등기를 마친 것으로 기록상 파악됐다. 박씨의 부친은 1944년 이 토지에 세워진 집에 대한 사용승인을 받았고, 1970년에는 이 땅에 있던 축사를 증축해 사용할 수 있다는 승인도 취득했다.

부친의 사망 후에는 박씨가 이들 건물을 증여받아 관리하며 점유했다.

국가는 1996년 이 땅에 대해 무주 부동산 공고 절차에 들어갔다. 해방 후인 1948년 9월부터 사실상 국가 소유의 땅이라는 판단에 따라 공고를 낸 것이다.

국가는 공고와 함께 박씨 측에도 사유재산 여부를 증명해 달라고 요청했다.

등기부상 일본인으로 보이는 A씨 명의로 돼 있으므로 소유 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달라는 취지다. 이런 요청에 박씨 측이 6개월간 응하지 않자 국가는 법에 따라 이 땅을 국유재산에 넣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그러자 박씨는 부친 때부터 오랜 기간 이 땅을 점유해온 만큼 국가가 이 땅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말소해야 하며 A씨 역시 소유권이전 등기 절차를 이행해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1심은 이 토지 일대에 일본인이 살았다거나 일본인이 토지를 사들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며 오랜 기간 땅을 점유해 온 박씨 측의 소유권을 일부 인정했다.

1심은 등기부상 창씨개명을 한 A씨가 한국인으로 추정되며, 무주 부동산 공고 절차를 거쳐 국유재산을 등록한 것만으로는 국가 소유가 될 수 없다고 봤다.

하지만 2심은 박씨 측이 공고된 기간 안에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았고, 재산 관리대장 등 일부 기재만으로 A씨가 한국인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들어 국가 측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도 국가가 소유권자의 존재·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조치를 모두 한 다음 국유재산으로 넣은 것이기 때문에 과실이 없다고 판단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