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표심'…위기감에 우선순위 바꾼 與

총선 앞두고 '집토끼' 사수 나서

규제 완화하다 지지층 이탈 우려
경제민주화 등 불공정 해소 집중
더불어민주당은 20대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민생·개혁 법안 통과에 최우선을 둔다는 방침을 정했다. 하지만 세부 법안을 뜯어보면 경제 활성화보단 불공정 해소에 방점이 찍혀 있다. 총선을 7개월여 앞두고 ‘집토끼’ 사수 전략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24일 “내부 의원들 사이에선 파격적인 규제 완화를 외쳤다가 총선에서 핵심 지지층이 이탈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며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해 공정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이후 당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위기감에 휩싸이자 정기국회에서 지지층 분열 우려가 없는 ‘공정’ 이슈를 맨 앞에 내세우겠다는 것이다.민주당의 ‘정기국회 주요 입법과제 및 추진방향’을 보면 경제 활성화로 분류한 법안엔 상법과 공정거래법, 금융사지배구조법 개정안이 담겨 있다. 또 ‘갑질 근절’ 대책으로 내놓은 가맹사업법, 대중소기업 상생법 등도 있다. 예전엔 경제민주화 법안으로 분류된 것들이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경제 활성화로 포장하고 있지만 사실상 경제민주화 법안”이라며 “경제 살리기가 아니라 지지층의 구미에 맞는 입법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선 작년 홍영표 원내대표 체제의 입법 전략과도 판이하게 달라졌다고 분석한다. 작년 정기국회에선 원내 지도부를 중심으로 은산분리 완화를 골자로 하는 인터넷전문은행법, 규제 샌드박스 법안 등 ‘혁신정책’을 통과시켰다.

이 같은 민주당의 입법 전략에는 진보 성향의 이인영 원내대표 의중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원내대표는 취임 후 당 을지로위원회 활동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을지로위원회는 ‘공정하고 차별 없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기치로 출범한 당내 기구다. 경제계 관계자는 “규제개혁에 총력을 다해 지원해도 모자랄 판에 정치권은 표 계산만 하고 있다”며 “총선이 끝나고 21대 국회가 들어서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