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상징' DMZ를 '평화지대'로…文대통령 '항구적 평화' 길닦기

재래식 무기 등 충돌 가능성 없애…'北 안전보장' 실질적·현실적 효과
판문점선언 합의서 한단계 더 발전…북미협상 앞두고 北에 대화동력 제공
'참화의 땅'에서 공동번영 상징 될수도…국제사회 역할도 강조
"국제평화지대 구축은 북한의 안전을 제도적이고 현실적으로 보장할 것입니다. 동시에 한국도 항구적인 평화를 얻을 것입니다.

"
제 74차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뉴욕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이 각국 정상들을 향해 비무장지대(DMZ)를 국제평화지대로 조성,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는 디딤돌로 삼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남북은 물론 국제사회가 함께 참여해 북한의 안전보장을 위한 실질적인 장치를 만들자는 것으로, 이는 북한의 비핵화를 유인하기 위한 '상응조치'의 성격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가 추구해 온 대로 북미 비핵화 협상과 남북관계 발전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선순환을 이룰 경우, 국제평화는 한반도 공동번영의 상징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유엔 총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기조연설에서 "유엔과 모든 회원국에 한반도의 허리를 가로지르는 비무장지대를 국제평화지대로 만들자는 제안을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 남북 공동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 ▲ 판문점과 개성을 잇는 평화협력지구 지정 ▲ DMZ 내 유엔기구 및 평화·생태·문화기구 유치 ▲ 유엔지뢰행동조직 등과 DMZ 지뢰 협력제거 등의 내용을 제안에 담았다. 물론 문 대통령의 이런 제안은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지난해 4·27 1차 남북정상회담에서 채택된 판문점선언에도 "비무장지대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들어가기로 했다"는 내용이 담겼으며, 지난해 9·19 남북군사합의가 체결된 뒤에는 DMZ 내 화살머리 고지에서 지뢰제거 작업이 진행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날 문 대통령이 다시금 국제평화지대 구상을 밝힌 것은 지금이 판문점선언의 합의를 한단계 더 발전시킬 적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하노이 노딜' 이후 남북 간 협력사업도 주춤했지만, 최근 북미대화가 제 궤도에 오를 조짐을 보이는 만큼 남북 간 협력에도 박차를 가할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는 것이 청와대의 판단이다.

특히 이번 제안은 북미 실무협상 재개를 앞두고 북한의 '안전보장'을 위한 카드로 작동하면서, 북한에 비핵화 대화 동력을 제공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DMZ 내에 유엔기구 등 국제기구가 들어온다는 것은 남북 간 재래식 무기로 인한 충돌 위험이 사실상 사라진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의 이런 제안에는 이제까지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상응조치로 체제보장이나 종전선언 등 거대담론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서도 막상 북한이 당장 '실질적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조치는 많지 않았다는 인식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또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저촉되는 사안도 아닌 만큼, 실현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북한 입장에서 실질적·현실적 안전보장 장치가 되는 것으로, 이를 지렛대 삼아 북미 실무협상의 동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나아가 북미 실무협상-3차 북미정상회담 등을 거치며 비핵화 논의가 순항할 경우 다시 남북 관계개선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 때에는 DMZ에 평화지대가 다양한 협력사업의 발판이 될 수 있다.

이처럼 국제평화지대가 북미 비핵화 협상과 남북관계 개선 선순환의 한 축으로 역할을 하며 분단의 상처를 간직한 '참화의 땅' DMZ를 남북화해의 상징, 항구적 평화 정착의 초석으로 자리매김토록 하는 것이 문 대통령의 청사진으로 보인다.
한반도 평화 정착 여정에서 국제사회의 역할을 강조했다는 것도 눈에 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진정성을 가지고 비핵화를 실천해 나간다면 국제사회도 이에 상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언급했다.

북한의 비핵화는 남북 간 평화를 넘어 동북아와 세계 평화에 연결되는 문제인 만큼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지지와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생각이다.

문 대통령은 또 전날 유엔총회 회의장에서 열린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참석해 개발도상국을 독려하는 기후재원의 마련 등을 위해 녹색기후기금(GCF)에 대한 한국의 재원 공여를 2배로 증액하겠다고 약속했다.

평화는 물론 번영·상생에 있어 한반도가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을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기여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셈이다. 여기에는 한국 뿐 아니라 북한 역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거듭나야 하며, 이를 위해 지금부터 한반도와 국제사회의 적극적 상호작용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