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兆 풀리는 토지 보상금…집값 자극 불쏘시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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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불황에 저금리 장기화3기 신도시 등 수도권 30만 가구 공급을 위해 풀리는 수십조원 규모의 토지보상금이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동자금 투자할 곳 마땅찮아
대토 보상 늘린다지만 잡음 많아
25일 토지보상 전문업체인 지존에 따르면 연말까지 수도권 11개 공공택지에서 6조6000억원가량의 토지보상금이 풀릴 예정이다. 2017년 ‘주거복지로드맵’에서 공개된 성남 복정1·2지구와 남양주 진접2지구 등에 대한 보상 비용이다. 지난해부터 세 차례에 걸쳐 발표한 3기 신도시 등 중·대규모 택지 개발이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내년 집행될 보상금은 45조원에 이른다. 역대 가장 많은 보상금이 풀린 2009년(34조8000억원)보다 10조원가량 늘어난 수준이다.전문가들은 시중에 풀리는 뭉칫돈이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상우 익스포넨셜 대표는 “글로벌 경기가 안 좋은 데다 저금리가 장기화되는 국면이어서 유동자금이 부동산 이외의 다른 투자처로 흘러갈 가능성이 작다”며 “2기 신도시 개발 사례처럼 신도시 토지보상금이 서울 등 인기 지역 부동산가격을 자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태수 지존 대표는 “2기 신도시를 조성하던 2006년에는 전체 보상금의 37%가량인 11조원이 다시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남양주 왕숙·하남 교산·인천 계양테크노밸리신도시에 대한 토지보상을 이르면 내년 착수할 계획이다. 2021년부턴 고양 창릉과 부천 대장신도시 보상도 예정하고 있다. 3기 신도시 보상금만 약 30조원에 이를 것으로 LH(한국토지주택공사) 토지주택연구원은 추산했다.
정부는 유동성을 차단하기 위해 원주민들에게 현금 대신 땅으로 돌려주는 대토(代土)보상을 확대하고 있지만 이를 둘러싼 잡음도 크다. 가격과 면적에 대한 기준이 현실적이지 못해 원주민들이 현금보상을 선호하고 있다. 김은유 법무법인 강산 대표변호사는 “대토 가격이 수용 시점보다 한참 나중에 책정되다 보니 토지주들은 비싼 값에 울며 겨자 먹기로 받는 경우가 많다”며 “최대로 받을 수 있는 면적도 1000㎡로 한정돼 있어 많은 땅을 수용당한 토지주에겐 손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