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제주 해녀와 열린 소통

오경수 < 제주도개발공사 사장 oks5222@jpdc.co.kr >
‘해녀의 날’(매년 9월 셋째주 토요일)을 맞아 다채로운 행사가 열리고 있다. 서울에서도 제주 해녀들의 삶과 애환을 담은 사진 전시회가 열려 출장길에 잠시 다녀왔다. 제주 해녀의 희로애락과 오뚝이 같은 삶의 흔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특별함이 있었다.

제주 해녀들은 어릴 때부터 맨몸으로 해산물을 채취하는 소위 ‘물질’을 배웠다. 육아와 밭일까지 도맡아 하다 보니 ‘여자로 태어나느니 소로 태어나는 것이 낫다’는 속담도 생겼다. 이 같은 제주 해녀의 삶은 유네스코 세계인류문화유산 중 유일한 ‘생계수단’의 유산으로 등재됐다.물질은 늘 위험이 뒤따르기 때문에 어머니는 딸에게, 시어머니는 며느리에게 물질을 가르쳤다. 대를 잇는 소통을 통해 ‘선(先)안전, 후(後)물질’ 프로세스가 지금까지 전수돼왔다.

물질이 위험하고 고됐기에 ‘저승에서 벌어 이승에서 쓴다’는 말도 생겨났다. 미국 베스트셀러 작가 리사 시는 해녀들이 등에 ‘관’을 짊어지고 바다에 들어간다고 했다. 해녀에 반한 작가가 지난 3월 출간한 소설 <해녀들의 섬>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해녀들은 사고를 대비하고 서로 의지하기 위해 무리지어 바다로 들어간다. 물속에서 바다 위로 나와 참았던 숨을 크게 내쉴 때 나오는 ‘호이, 호이’ 소리는 나의 위치를 확인시켜주는 신호음이자 소통의 수단이 됐다.‘불턱’은 이름 그대로 ‘불’을 피우는 나지막한 ‘턱’이다. 바다에 나가기 전 물질을 준비하고 물질을 끝낸 뒤 몸을 녹이고 뒷정리하는 공간이다. 요즘말로 하면 라커룸이다. 해녀들은 불턱에 모여 앉아 경험과 정보를 공유하고 협업과 결속력을 다지며 공동체정신을 이어갔다. 또한 불턱은 경조사와 크고 작은 마을 소식이 공유되는 사랑방처럼 열린 소통의 공간이기도 했다.

이처럼 소통은 상호 유대관계를 돈독히 해주고 협업을 이끌어낼 뿐만 아니라 위기대응까지 가능하게 해준다. 제주 해녀가 천 년 넘게 맥을 이어온 원동력은 원활한 소통에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지금은 ‘열린 소통’의 시대다. 필자는 ‘소통’을 기업경영의 핵심가치로 삼고 있다. 이를 통해 조직 경쟁력을 높이고 열린 기업문화를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MC로 유명한 유재석은 소통의 방법으로 “뻔한 이야기보다 펀(fun)한 이야기를 하라”고 한다. 재미있는 이야기, 듣고 싶은 이야기로 상대의 마음을 활짝 열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