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내연기관車 조기 퇴출' 검토할 때 아니다

전기차 등 친환경차 세계적 열풍
내연기관은 미세먼지 주범 '오해'
미래車 다양한 수요에 대응해야

이종화 < 아주대 기계공학과 교수·한국자동차공학회장 >
세계적으로 전기차(EV), 하이브리드카(HEV: 휘발유·전기 혼용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PHEV),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차 보급이 빨라지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강화되면서다. 2015년 독일 폭스바겐의 경유차 배출가스 조작 사건(디젤게이트) 이후 미세먼지 등 환경 오염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른 게 계기가 됐다. 일부 국가는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영국, 프랑스는 2040년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할 계획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세계 각국이 환경 규제와 산업 정책을 통해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각국이 보유한 에너지나 자동차에 필요한 자원, 시장 규모 등을 앞세워 이익과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것이다.중국이 대표적인 사례다. 내연기관 엔진 기술의 열세를 전기차 등 신에너지 자동차로 뒤집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큰 시장을 앞세워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의 지배력 강화를 꾀하고 있다. 전기차 모터에 필요한 희토류, 배터리에 들어가는 코발트와 리튬 광산을 거의 독점적으로 소유하는 등 세계 자동차산업을 쥐락펴락하려는 움직임이 관측된다. 전기 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노르웨이와 자동차산업이 없는 네덜란드 등에서는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에 대한 퇴출 움직임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디젤게이트 이후 전기차, 수소전기차만이 ‘꿈의 자동차’로 간주되고 기존 내연기관은 구시대의 유물로 여기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 생산부터 운행, 폐기까지 모든 과정을 분석해 보면 전기차와 수소전기차가 절대적으로 친환경적인 것은 아니다. 미국 독일 일본 프랑스 등 내연기관 엔진에 강점이 있는 국가는 내연기관과 모터 기술의 융합 및 엔진 효율 개선 등 다양한 동력원의 수요에 대비하고 있다.

특히 디젤차가 미세먼지의 주범처럼 오해받고 있다. 자동차 배출가스의 미세먼지 기여도가 8%를 넘지 않는데도 말이다. 이 가운데는 과거에 생산된 중대형 디젤차량에서의 배출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에 대한 대책을 우선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한국에서도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는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대통령 직속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정부에 “내연기관차의 생산 및 판매 중단 시기를 검토해야 한다”고 건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필자는 한국의 독자 엔진을 개발하는 과정에 참여했다. 기술을 수입할 수 없던 시절의 어려움을 누구보다도 뼈저리게 경험했다. 한국의 엔진 기술을 일본과 독일 자동차회사로부터 큰돈을 받고 수출한 지 십수 년이 지났다. 자동차 엔진 기술을 더욱 발전시켜 미래차 시대의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고 자동차 강국 지위를 유지해야 한다.

이런 현실을 냉정하게 보지 못하고 한국에서도 ‘내연기관차 퇴출’ 같은 꿈만 꾸는 정책이 나올까 우려된다. 한국은 석유, 태양광, 풍력, 수력, 지열 등 1차 에너지원이 부족한 나라다. 다양한 기술 개발을 통해 자원 부족을 극복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디젤차를 몰아내는 등의 정책도 위험하다. 미세먼지 발생원에 대한 근거와 감축 효과가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내연기관차의 생산·판매를 일방적으로 중단하는 것은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한국 자동차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술 개발 및 인력 양성에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