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아침] 사랑의 환상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한 여인이 수영장 다이빙대에 서서 팔짱을 낀 채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다. 무슨 고민이라도 있는 듯한 심각한 표정이다. 그 뒤로 한 소년이 여인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강렬한 색과 인물들이 일으키는 긴장감이 텅 빈 수영장에 가득 차 있다. 이 작품은 중국계 캐나다 사진가 팡 통의 ‘사랑의 환상’ 시리즈의 하나다. 팡 통의 작품들은 ‘시네마틱 포토’란 평을 받는다. 사진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표정과 동작, 배경을 이루는 풍경과 소품들이 어우러져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해서다.

이 작품의 제목이 ‘사랑의 환상’인데, 성숙한 여인과 소년이 등장한다. 보는 사람은 그들의 관계와 심리에 궁금증을 느끼게 된다. 여인은 여인대로, 소년은 소년대로 각자 ‘사랑의 환상’에 빠져 있는 듯하다. 그런데 이 작품의 분위기가 낯설지 않다.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수영장을 연상시킨다. 작가는 호크니의 영향을 크게 받았고, 그에 대한 오마주로 호크니의 대표작 ‘예술가의 초상’을 닮은 작품을 찍기도 했다. (사진갤러리 옐로우코너 제공)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