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면접'에 中企사장이 면접관으로 나선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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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 오죽 채용 힘들었으면…“지방에선 좋은 인재 뽑기가 너무 힘드니까 아예 우리 회사에 맞는 인재를 키워보자는 거죠.”
"회사에 맞는 인재 키워보자"
경북 영천시에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 한중엔시에스의 김환섭 부사장은 27일까지 사흘간 경북 경산시의 경일대 스마트팩토리융합학과 2020학년도 신입생 면접에 참여한다. 대학 입학과 동시에 회사에 취직할 직원 5명을 뽑기 위해서다.국내 중소·중견기업들이 독일의 일·학습 병행 인재육성 프로그램인 ‘아우스빌둥(Ausbildung)’을 본떠 직원을 채용하고 있다. 생산직 근로자뿐 아니라 엔지니어링, 연구개발(R&D), 해외영업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에서 인력 확보가 어려워서다. ‘취업난 속 인력난’의 미스매칭을 해소하면서 입맛에 맞는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중소기업들이 선제적으로 나선 것이다.인력 ‘입도선매’ 나선 중소기업들
연 매출 753억원 규모의 한중엔시에스는 지난해 말 특성화고와 일반고 출신 경일대 신입생 5명을 뽑았다. 이들은 기업과 지방자치단체 등으로부터 학비를 지원받는다. 1학년은 전일제 학습을, 2~3학년은 회사 근무(실무교육)와 학업(야간 이론수업)을 병행한다. 3년 만에 4년제 학사학위를 따는 구조다. 대학 입학과 동시에 해당 기업과 정식 채용계약을 맺어 4대 보험도 보장받는다. 학생들은 대학에 지원할 때 연계된 기업부터 살펴보고 취업하고 싶은 회사를 콕 집어 지원한다.김 부사장은 “학생들이 여름방학에 생산라인에서 연수를 하는 등 꾸준히 회사와 교류하고 있다”며 “3년 뒤 입사할 땐 업무 이해도나 애사심이 좀 남다를 것이란 기대가 생긴다”고 말했다. 경기 시흥시의 자동차 부품 주조·도금업체 에스케이씨도 한양대(안산 ERICA캠퍼스) 소재부품융합전공학과 신입생을 선발했다. 이 학생은 내년부터 회사의 지원(학비의 50%)을 받으며 실무학습(근무)을 할 예정이다.
홍재표 경일대 전자공학부 교수는 “취업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안도감이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와 맞춤형 학습 효과를 높이고 있다”고 강조했다.이 같은 채용은 교육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지난해 하반기 도입한 ‘조기취업형 계약학과 선도대학 육성사업’에 따른 것이다. 경일대, 목포대, 전남대, 한국산업기술대, 한양대 등 5개 대학이 참여하고 있다. 인력을 뽑기 위해 대학과 협약을 맺은 중소·중견기업은 전국에서 533개사에 달한다. 가상현실(VR) 콘텐츠 및 게임을 개발하는 네비웍스와 빅데이터 소프트웨어 제작사 애버커스도 포함됐다. 5개 대학(17개 학과)은 지난해 총 427명을 기업체 소속 신입생으로 뽑은 데 이어 올해 하반기엔 561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업계에선 졸업 후 기업 의무 근무기간(현재 1년)을 늘리고, 채용인력의 병역 문제 등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獨 ‘아우스빌둥’…인력 미스매칭 해답대학진학률이 70%에 육박하는 국내에서 이론과 실무교육을 결합한 아우스빌둥이 대학생을 대상으로 시도되고 있다. 대학진학률이 30% 수준에 불과한 독일에선 아우스빌둥 대상이 고교생이다. 독일에서는 산업체 현장 및 기업에서 일하며 필요한 공부를 추가하는 ‘선취업 후진학’ 모델이 오랜 전통으로 자리잡았다.
국내 독일계 자동차 기업들도 이미 아우스빌둥을 도입했다. BMW코리아는 지난달 말 ‘제3기 BMW 아우스빌둥’ 57명을 선발했다. 고교를 졸업한 이들은 자동차 정비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아우토 메카트로니카’ 분야에서 기업 현장 실무 교육(70%)과 대학 이론 교육(30%)을 3년간 이수한다. 이 기간 참여 기업과 정식으로 근로계약을 맺고 급여도 받는다. 과정을 수료한 뒤 근무했던 기업에 취업할 수 있다. 아우디폭스바겐도 지난달 자체 아우스빌둥 1기를 출범시켰다. 교육생들은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공식 딜러사들과 근로계약을 체결, 3년간 급여를 받으며 맞춤형 직업 훈련을 받는다.
김효준 한독상공회의소 회장(BMW코리아 회장)은 “독일에서 아우스빌둥을 통해 양성된 인재는 생산성과 전문성, 자부심이 높은 반면 이직률은 매우 낮은 게 특징”이라며 “중소기업의 ‘인력 미스매칭’ 해소와 인재 육성을 위해 아우스빌둥을 적극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산·시흥=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